아가씨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by 강동희

아가씨의 마음을 훔치려는 소매치기 하녀
유명한 도둑의 딸이자 장물아비의 손에서 자라온 숙희는 동료들과 함께 버려진 아이들을 키워 일본 귀족들에게 팔아넘기며 생활을 해왔다. 막대한 유산을 가진 아가씨를 유혹해 재산을 가로채겠다는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되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아가씨와의 첫 만남은 그녀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고 자기가 돌봐오던 아가들과 같이 어딘가 눈길이 갔다. 그녀에게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를 하던 날, 아가씨의 매력적인 미모에 지금껏 모셔온 아가씨들 중 단연코 가장 아름다웠고 자신이 돌봐오던 아가와 같이 너무도 순수한 모습에 아가씨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돼버렸다. 자신을 낳다 죽어버린 엄마의 애정을 받지 못한 숙희는 엄마의 애정에 대한 갈구가 분명히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자신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를 키워 팔아넘겨버리는 일을 하지만 자기 자식에게만 젖을 주는 끝단 이를 속으로 욕하며 자신에게서 젖이 나오면 모든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통해 그녀의 애정의 형태는 모성애라는 것을 짐작해 줄 수 있다. 수발을 들어주는 아가씨에게 자신은 어미고 아가씨는 아가라는 직접 표현을 하기도 한 숙희는 아가씨에게 자신이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모성애로써 한걸음 다가가게 되고 단 한 번의 자극을 통해 그녀에게 더없이 깊어지기 시작하게 되었다.



손과 발처럼 마음마저 차가워진 상속녀
아가씨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의 손에 자라왔다.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 읽는 법을 훈련받으며 철저히 고립된 채 고된 교육을 받아온 그녀의 외로움은 가득 찼고 점점 광기에 휘둘려 지쳐가고 있었다. 낭독회에서 우연히 만난 백작을 통해 추천받은 새로운 하녀는 찾아오고 그녀와의 관계는 아가씨와 하녀의 관계를 넘어서 어미와 아기처럼, 이내 곧 연인과 같은 묘한 기류가 흐르며 둘의 관계는 점점 묘하게 깊어만 가게 된다. 아가씨가 하녀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건 영화 속에서 충분히 설명이 된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부모의 애정도 받지 못한 아이를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이모부 손에 낭독 교육을 빌미로 온기를 갖지 못하는 시체와 같이 차디찬 손과 발을 갖도록 훈련과 숱한 학대를 받아왔고, 낭독자인 이모가 낭독과 이모부를 통해 점점 미쳐가는 모습, 끝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까지 다다르는 모습을 봐오며 자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이모를 대신해 낭독회에서 낭독을 하게 된 그녀는 낭독 회의 진실과 낭독회에 참여하는 신사들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속의 애정이라는 감정은 그녀에게는 가질 수 없고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눈빛은 숨길 수 없다
누군가는 동성애를 찬양하는 영화라며 깔보기도 하고 박찬욱 감독이 퇴물이 되어버렸다고도 한다. 이런 동성애 코드는 그저 그런 역겨운 베드신이 가득 찬 불편하고 더러운 영화라는 인식이 우리 문화엔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깊게 자리 잡혀 있어 아직은 성 소수자에 대한 반감이 커다란 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나도 여러 댓글처럼 '그저 그런 퀴어 영화', '두 여배우의 파격적인 베드신 말고는'과 같은 이야기를 믿고 이 영화를 안 봤다면 땅 치고 후회할 뻔했다. 세계에서 주목받고 많은 상을 받아내고 있는 이 영화가 그저 그런 영화는 아닐 거라는 기대와 호기심을 가진 날 칭찬한다. 난 이 영화가 굉장히 유머러스한 영화라고 느꼈다. 관객이 보기에 너무나도 뻔한 티 나는 거짓말들과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캐릭터들이 새삼 무거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흐릿할 것 같았던 캐릭터들은 의외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그들의 시선은 직선적이고 숨김이 없으며 관객들은 그들의 시선을 좇으며 인물들의 마음을 훔쳐보는 듯 느끼게 해주는 표현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을 훔쳐보는 또 다른 하녀가 되어 함께 녹아들도록 해주는 것만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상속녀의 재산을 둘러싼 이야기는 꽤나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19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밀폐된 공간에서 소수의 인물들이지만 저마다의 사연과 배경을 통해 풍성하고 색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낭독회와 동성애라는 요소를 잘 섞어 만든 폭탄주 같았다.


쓴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마시다 이 영화에 단숨에 취해버렸다.



둘의 사랑이 꼭 그렇게 격렬해야 했나

이 건은 아주 다른 게시글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베드신은 굉장히 남성적인 시선으로 보이길 원했고 감독은 자신의 의도대로 완벽히 찍은 이 장면이 영화의 오류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영화를 또 다른 하녀. 즉, 여성의 시선으로써 쫓으려 했고 그녀들의 첫 베드신을 보았을 때의 느꼈던 그 불편함은 실제 레즈비언들의 이야기 (댓글이나 다른 게시글)를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그 장면은 굉장히 남성적 시선에 의한 판타지적인 표현들이고 실제 관계 행위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여성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남성적 시선으로 표현한 이 씬은 불쾌감이

든다고 한다. 결국 내 이야기를 남이 부풀려 뒤에서 떠들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