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꿈의 세계를 향하는 이들의 모험
자신들의 낙원을 찾아가기 위한 두 노인과 꿈을 가진 불량소녀, 그리고 불평불만 가득한 청년.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다.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네 명의 캐릭터는 앞으로 펼쳐질 좌충우돌 여행기에 시작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어찌 보면 네 사람의 여행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노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했다. 6.25 전쟁 이후 팍팍한 삶 속에서 나라의 부흥과 살기 힘든 내 나라를 떠나 월남전에 참전해 번 돈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김 노인의 모습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노인의 모습이다. 게다가 자신의 손으로 발전시킨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불태우며 집회를 참여하는 그들의 정의에 편견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내가 알지 못하는 위기와 고난을 겪었을 그들을 젊은 사람들의 시선은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하거나 '틀딱'이라는 용어로 비하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반대로 노인들의 시선으로 젊은 이들을 보자면 내 손으로 발전시킨 나라를 망가뜨리려는 젊은 이들로 속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젊은 이든 노인이든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분명 일부이다.)
그렇다면 두 노인은 왜 자신들의 낙원을 찾으려 한 것일까? 모든 이유는 그저 눈 앞에 죽음만이 남아있는 노인들의 과거에 대한 참회이자 찬란했던 자신의 젊음으로의 회귀일 것이다. 그러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월남전에서 일어났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였다. 심지어 월남전은 명분 없는 전쟁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이 전쟁 속에서 아무런 이유 없는 학살은 우리들의 자랑했던 영웅들이 자행했던 것이다.
평화 수호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을 타국에 보내 전쟁을 치르게 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은 외국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전한 이들이거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월남전의 현실은 우리가 알고 영웅들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밀림 속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적들로 인해 정신이 갉아먹혀 피폐해져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서서히 곪아가는 젊은이들만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그 죽음의 땅에서 살아 돌아온 젊은이들이 우리의 곁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런 그들이 하나의 원대한 꿈을 가지고 떠나려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했다고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낙원을 찾아 떠나는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모험을 떠난 것이다.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 한 방을 제대로 날리려는 모습인 것이다. 자신들의 페퍼 랜드로 마지막 꿈을 신현 시키기 위해 떠나는 용기는 나에게도 큰 귀감이 되었다. 지금의 나의 페퍼 랜드는 어디 있을까? 나의 노란 잠수함은 어떤 것일까?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영화처럼 진행되는 이야기에 머릿속에서는 글로 이해되기보다는 영상으로 기억 남는 소설이 되었다. 네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쉽지 않고 굴곡이 많지만 분명 포기할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노란 잠수함
이재량
201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