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밝은 곳에서 바라본 어둠은 너무 짙었다.

by 강동희

어딘가에서 들어본 제목이었다. 어슴푸레 기억나는 이 책은 이제 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을 책이 되었다. 하나의 소설인 줄만 알았던 책은 '김승옥'작가의 단편소설집이었다. 그의 다양한 생각의 색깔을 엿 본 순간이었다. 가볍고 손쉽게 읽히거나 화려한 문체들이 가득한 책은 아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대의 사람이 살아갔던 세상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여러 가지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흘러갔다. 10여 편의 소설 속에서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집안에서 어른이 지내온 어린 시절이기도 했다. 그저 너도나도 지내온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책 속의 여러 이야기들은 대부분 굉장히 음울하고 밝은 빛의 이면의 짙은 그림자처럼 어둡고 굳이 꺼내보지 않아도 될 인간의 이면들을 읽는 이는 직면하게 된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너무도 다르고 이해할 수 마음 한편에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며 스스로 위안삼아 가며 한쪽, 한쪽 읽어나갔다. 내가 겪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은 '김승옥'의 소설 한 글자, 한 구절에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일상의 언어처럼 당연한 듯이 들려왔지만 책 속에 다양한 소설들이 내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알지 못하는 단어와 문장의 나열로 작가의 마음이 비장하거나 뚜렷한 주장이 있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저 꾸역꾸역 써 내려간 듯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부분들도 느껴졌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바라볼 때의 어둠은 더 짙어진다. 그저 소문으로 날아다니는 가십거리로 남의 이야기를 하기야 쉽겠으나 나 또는 우리들 사이의 부끄러운 일들은 이야기로 적어내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구석이 있다. 부끄럽거나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저 외면하게 되는 것뿐이다. 작가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거스르고 자신의 모든 어두운 면을 직면하여 느낀 수치심을 대중들에게 담담히 드러낸 결과물이 이 책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보고 콧방귀를 뀌고 이야기들이 그저 외설에 불구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자백으로 보였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을 이야기하는 그의 어두운 이면을 보라. 그리고 누군가의 부끄러운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용서하지 말고 독하게 비난해보자. 이 시대의 그들은 그토록 어둡고 지저분했으니 말이다.



무진기행

김승옥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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