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

by 강동희

유튜브를 통해 잠 잘 자는 법을 찾아본 적이 있다. 영상에서는 손끝이나 발끝부터 뼈 마디 하나하나, 근육 하나하나를 차근하게 힘을 빼가라는 것이 가장 중점적이었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힘을 빼서 몸이 긴장하지 않는 상태로 편안히 만드는 훈련이 잘 되어 있으면 쉽게 잠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상 시청 이후 실제로 해보니 높은 확률로 나도 모른 새 잠들게 되었다. 몸의 힘을 푸는 단계의 가장 마지막에는 항상 흐물흐물해진 내가 끝내 녹아버려 매트리스에 스며드는 상상을 한다. 육체는 사라지고 정신마저 흩어지며 나는 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잡념으로 잠을 잘 못 이루던 시기에 만난 황금 같은 방법이었다. 몸에 힘을 빼려다 보면 부분 부분마다 힘이 빠지는 걸 느끼고 상상하게 되고 때문에 잡념은 사라지게 되었다. 몸의 편안함이 결국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게 되어 잠이 잘 오게 하는 게 아닌가 싶.


잠을 잘 자게 되니 평소에도 힘을 빼고 잡념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 조깅을 시작했다. 힘들다는 생각과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책을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책 내용마저 스쳐 지나가는 듯이 그저 글과 문장을 읽고 또 읽는 모양새가 되더니 그저 글자에 초점을 맞추어 읽는 행위만 남게 되었다. 머릿속에 내용이 기억나질 않았다. 영화 시리즈나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이야기의 큰 흐름보다는 주인공들의 연애에 관심이 갔다. 남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즐거우므로 별생각 없이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로맨스가 달달한 드라마만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위 세 가지를 취미 삼아 꾸준히 했다. 순간의 걱정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우니 현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저분한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니 내 마음에 평화는 찾아왔고 난 행복을 느꼈다.


몸의 편안함이 마음의 평안을 주었고 그러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유리잔 속에 담겨 있던 탁한 색의 물이 맑아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나는 취미를 즐기면서 마음을 정화시킨 것이 아니라 비워버린 것이었다. 나 자신을 비우는 일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긴다. 다만 받아들이는 마음을 오해해선 안된다. 어떤 일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거나 무엇이든 이해해줄 수 있는 포용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할 뿐 어떤 관심이나 감정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무관심에서 비롯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음을 비웠다기보단 그냥 치워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비워버린 마음의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크게 느껴졌다. 어느 날엔가 문득 내가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저 느꼈을 뿐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제 내 자신에게조차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감기약을 먹고 멍한 상태처럼 몸의 시간이 점점 느려진 것 같았다. 실제로 흐르는 시간보다 나의 몸과 마음이 느끼는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흘렀다. 시간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수록 하루는 짧아진다. 눈과 손은 빠르게 움직인다. 액정 필름에 자국이 날 정도로 유튜브의 영상 목록을 새로 고치고, 평소엔 챙겨보지 않던 드라마와 예능을 찾아본다. 영상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마음에 쌓이는 건 아무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하루, 이틀. 쉼의 시간이 끝나고 평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텅텅 비어버린 마음에 무기력함이 싹트기 시작한다. 무기력함은 보이질 않아서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 게다가 마음이 비어버린 나는 나에겐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결국 나를 저버린 채 우울한 시간이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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