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봄 같지 않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요상한 빗방울에 기분이 나쁘다. 오는 듯 안 오는 듯 분무기로 뿌려진 물처럼 흩날리는 비는 우산을 써도 옷과 얼굴이 축축하다. 마치 땅에서 비가 솟는 것만 같다. 궂은 날씨에 거리엔 사람도 흔치 않은 이런 날 어떤 이유에선지 한껏 멋을 부린 어린 커플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 강하게 부는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리는 가만있질 못하고 얼굴이 훤히 드러난다. 드러난 얼굴엔 참으로 행복하고 예쁜 미소가 머물러 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것만 같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 그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채워주는 서로. 서로가 서로에게 그 감정의 원동력이 되어 준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사랑은 감정. 또는 호르몬 작용. 어쩌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떤 무언가. 실체 하지 않는 사랑으로 궂은 날씨를 헤치며 걷는 미소가 예쁜 커플. 두 사람이 가려는 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한바탕 웃을 것이다. 흐트러진 머리와 눅눅해진 옷을 털어주면서. 이 끔찍한 날씨마저 두 사람에겐 행복한 추억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