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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Mar 06. 2022

새학년 수업을 준비하며...

-[포노 사피엔스] 책을 읽으며 든 생각 정리

포노 사피엔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비대면’, ‘ 온라인’ 이라는 단어들이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책에서는 소비 주체들의 변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 주체에 대한 시각을 놓지 않는다.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을 키워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가 주도하는 사회 변화는 피할 수 없고 그에 따른 프레임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는 우세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태도나 프레임은 어느새 우리 모두에게 익숙하고 공감의 지지를 받으며 견고함을 더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디지털 문명은 모두에게 공정하며,  훌륭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고, 고객이나 수요자의 공정한 선택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미디어 소비 문명을 찬양하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혁신성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생태계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팬덤을 통해 경험으로 검증하고, 소비를 확장키는 생태계는, 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생산자의 판매를 극대화하는 공생과 상생의 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떻게 변할까?     


스마트폰 문명에 기반한 디지털 학습능력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구글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도 익히고 유튜브로 관련 분야 강의도 찾아 듣고, 기술 전문가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정기 구독과 모임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장면도 이야기한다. 더불어 훌륭한 디지털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디지털 인의예지나, 사회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이다.

좋은 기기와 디지털 학습능력의 연관성을 확언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으로 학습자의 배움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 (학습플랫폼, 클라우드 지원)와 장비 구비가 매우 필요하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매우 느리지만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에게 기기를 제공하고, 모든 교실에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였다. 관료적이고 업무 중심적이긴 해도 E-학습터나 EBS 온라인 클래스와 같은 학습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 플랫폼에 문제가 아주 많다.)     

초기에 학교현장에서 생산적인 작업, 아니 매력적인 소비(학습)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환경 구축이 필수적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것이 해결되니 학생 간 기기 활용능력 수준이 매우 상이하고, 가정 환경 수준에 따른 정보 격차 문제가 만만치 않다. 우리학교 경우만 보더라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정보 활용이나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더불어 아이들 흥미와 적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나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보다, 아이들을 노리는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마켓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무력감도 느낀다.     

모든 사람들이 1인 미디어를 하고 싶어하지만 대도서관처럼 성공하기 쉽지 않다. (이는 ‘개천에서 용나기’와 같이 또 다른 독보적 개인의 신화로 비쳐 지기도한다.) 독학으로, 네트워킹을 통해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스스로 자라기도, 키워내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지만 숱한 게임과 웹툰과 덕질을 유혹하는 백화점식 콘텐츠 영상들은 너무나 공격적이다. 사실 나도 웹툰과 먹방에 환호하며 허덕이고 있다.     


디지털 문명을 통해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다양하게 소비를 할 수 있지만 주체성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대중의 선택에 휩쓸리거나 익명의 그늘 속에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빠지기 쉽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미래학습환경구축을 위해서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할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으면 사회적 약자들이 디지털 약자로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을 지난 2년간 방치되고 소외된 아이들을 보며 공감한다.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존재를 증명하는 것,

여전히 디지털 문명 속에서도 ‘나는 누구인가’,‘나는 인간으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인류의 오래된 철학적 고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3월 도덕 수업에 소명의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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