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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Mar 27. 2022

교장의 자리

교직에는 교장으로 승진하는 방법이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승진 점수를 챙기는 것이다. 1정 연수 점수, 지역 점수, 연구 점수, 근무 평정 등 차곡차곡 모아 교사에서 교감으로, 교장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두 번째는 시험을 보는 방법이다. 일정한 교육경력만 넘기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장학사로 지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감과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공모교장제도가 있다. 세부적으로 내부형, 개방형이 있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점수를 바탕으로 자격이 부여된다면, 공모교장은 자격증 유무에 상관없이 바로 교장에 공모할 수 있다.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학교(대표적으로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관리자들은 중년으로 접어든 교사들에게 승진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 준비하고 있는지 상황을 살펴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그것을 빌미로 힘든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나는 승진 점수를 잘 챙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적도 없다. 관리자나 교사나 둘 다 나에게는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똑부러지게 말을 못하고 배시시 웃기만 한다.      


 나는 관리자가 되는 위의 세 방법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음을 보아왔다.

 남편은 승진을 위해 오지의 작은 학교로, 운동부 감독으로, 연구학교 담당자 및 학생부장으로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의 승진을 위해 주말 부부를 감내하며 늘 칼퇴근으로 가정의 공백을 메꾸고 있다. 

 후배 교사들이 일찌감치 관리자를 목표로 두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 년 전 나도 전전긍긍하며 장학사 시험에 응시한 적 있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공부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수험생처럼 올인해야 하는데 (다시 말해 가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  주위에 훌륭한 인재들이 장학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현장을 지원하는 행정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기획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며, 전문성을 갖춘 행정가로 실력과 인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교사에서 공모교장이 된 지인은 무척 열정적이었다. 자신의 영역을 찾아 전문성을 기르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교육 혁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었다. 공모 교장이 되고 교장실에만 있지않고 수업 분담과 행정실무를 도맡아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공모 교장 임기 4년 후 다시 원래의 직위로 되돌아가기에 자신이 돌아갈 자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며칠 전 무자격 공모 교장 제도를 극히 반대하는 관리자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본인과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이 최근에 공모 교장이 되었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 하고 싶은 일만 집중하고 배우러 다니는 동안, 그가 하지 않은 업무를 누군가가 대신해 고생했는데, 초과 근무를 하며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일한 사람에게는 혜택이 없고, 전교조로 세를 만들고 자기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만 쫒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감정적 언어가 섞여 있지만,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무자격 공모 교장제도를 두고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그들이 밟아온 정해진 룰을 깨고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모 교장제도가 점수 체제로 인한 승진체계의 부작용, 실제적인 자질 검증이 되지 않아 부도덕한 행위를 한 관리자들의 행태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점은 쉽게 간과한 듯하다. 심한 경우는 전교조들이 교장 하려고 만들었다고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다.     


 사실 나는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비교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관리자는 리더의 자리이며 책임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 맞게 역할을 수행할 좋은 리더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수를 모았든 실행력을 갖추었든 모두 교육 현장의 활동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평교사인 내 입장에서는 어느 제도가 더 낫고 못한 지 판가름을 못하겠다.     


 다만 나는 일반인들이 보는 교장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인물 만나기를 소원한다.

  최근, ‘지금 우리 학교는’, ‘술꾼 도시 여자들’과 같이 MZ세대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교장의 이미지는 단언컨대 부정적이다. 권위로 가득 차 있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무능력한 모습으로 담임교사만 닦달하는 모습이 나온다. 학생들에게 존경은커녕 무시받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스카이 캐슬’이나 ‘하이클래스’ 같은 드라마에서는 어떤가? 재단 이사장과 교장의 관계는 비리, 부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극한 상황과 왜곡을 보여 주지만 교장의 이러한 이미지가 거부감 없이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씁쓸하다.      

 승진의 과정보다 승진 후 보이는 교장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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