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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Jun 08. 2019

오늘의 영화, 기생충

‘냄새’에 대하여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냥 기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보는 내내 작년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겹쳤고 2년 연속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소재의 영화들이 상을 받은 게 과연 우연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아시아 국가 중에 그래도 나름 경제적으로 잘 사는 쪽에 속하는 일본과 한국.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 이런 소재의 영화가 유럽인들이 가득한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 가장 큰 상을 받았다는 게 왠지 모르게 찜찜한 건 내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열등감 일까?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북미에서 흥행을 했다고 소식에 기대했다가 뚜껑을 열어보고 씁쓸했던 경험도 떠오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기생충’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바탕으로 잘~ 만든 영화이다. 그러니 상을 받은 건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 않고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끝내주게 잘 사는 부잣집과 더럽게 돈이 없는 반지하 집 가족들의 만남은 결국 파멸로 끝난다. 부자도,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반지하에 살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는 인물들 중에 그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하고 그저 흥미롭게 그들을 바라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태도도 오만 일 수도 있겠다 싶다. 결국 나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힘없는 서민 중에 하나일 뿐인데 그들과 다른 게 뭔데?라는 마음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울컥 올라온다.

누군가에게는 폭우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수 있는 악재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미세먼지를 깔끔하게 씻어주는 단비일 수 있다는 비유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들이 영화에 굉장히 많아서 뉴스에서 말로만 ‘빈부격차가 심하다’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이런 영화 한 편 보는 게 현재의 한국 사회를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각종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한데도 ‘빈’ 쪽에 서있는 사람들이 ‘부’ 쪽의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게 더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의 사정은 알 수는 없겠지만 이건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 여기저기에서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속이 답답하다.

‘기생충’에는 ‘악한 인간’도, ‘선한 인간’도 없다. 평소에 인간은 정말 입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에게는 선한 사람이 누군가에는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부분들을 말이다.

보는 내내 거슬렸고 지금도 영화를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냄새’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기택의 가족에게서 나던 가난의 냄새가 나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는 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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