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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1학년 담임이 된다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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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r 04. 2024

나 알아요, 나 그것도 알아요

_ 다시 1학년을 만난, 첫날 이야기(2024.3.4)

어제 밤 12시 넘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개학날도 아닌 개학 전 날에. 다소 무리다 싶을 정도로 아직 공사가 덜 된 상태에서 교실짐 이사상황도 만만치 않아서 여러 모로 힘든 지난 연휴였다. 더구나 시공업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층 어려운 상태로 개학과 입학을 준비해야 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의 양해와 이해로 겨우겨우 오늘 개학을 맞이했다. 나에겐 입학이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 맞는 1학년.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은 어떤지 사뭇 아침 교실에 들러 바닥난방을 켜고 어제 미처 못한 이름표 붙이기 작업을 했다.

떡을 챙겨온 교무선생님의 안내와 도움으로 떡케잌도 챙겨 준비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식이 열리는 음악실로 갔다. 근데 벌써부터 식장을 메운 보호자와 아이들이 보였다. 옹기종기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귀엽고 우스웠다. 식은 시작이 됐고 내가 기획한 식구들 개별 인사시간. 간단한 가족 소개랑, 인사말도 부탁드렸는데 부끄우신지 다들 간단히 인사만 해서 아쉬웠지만, 어떤 식구들과 살아온 아이들인지를 언뜻 알 수 있었다. 12명의 아이들은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고 학교 산책길로 나섰다.

선배들이 줄 지어 환영을 하는 그 산채길을 따라 내려온 아이들은 내가 기다리는 교실로 들어섰다. 아직은 이곳저곳이 공사 중이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은 신기하고 반가운 표정들이었다. 자기 이름을 붙인 자리에 앉게 하고 본격적으로 만남을 시작하는 시간. 책상에 놓인 선물들을 확인하게 하고 이어 그림책으로 안내했다. 1학년과 만날 때면, 우리 송언선생님, 아니 이젠 퇴임을 하시고 전업작가로 살아가고 계신 송언선생님의 그림책 <선생님 사로 잡기>를 보여주었다.

어설프게 앞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겨우겨우 모아서 그림책으로 눈을 돌리도록 했다. 각자 자기 할 일로 바쁘던 아이들을 주목하게 해서 그림책으로 안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이어서 다행이었다. 책 표지서부터 책등, 뒤표지, 지은이와 출판사 정보를 알려주면서 그림책의 세계로로 안내했다. 그때 나온 말, 아니 그 이전부터 아니 그 이전 입학식에서부터 나온 말.

"나 그거 알아요."

"나도 알아요."

1학년이 흔히 하는 말. 너무도 자주 듣는 말. '나 그거 알아요.' 자신감에 차서 뭔가를 안다고 이야기 하고 싶고 아는 척을 해서 인정을 받고 싶은 말. 그저 뭐든지 자랑스러운 1학년의 포스. 이걸 누가 말리겠냐 말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부끄럽거나 진짜 몰라서. 교실에서는 이렇게 각기 출발점이 다 다른, 기질도 다르고 가졍 배경도 다르고 양육환경도 다른 아이들이 한데 모여 살아간다. 그런 만남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한다. 가르침이 꼭 교사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특히 서로에게서 배운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그 차이를 줄여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어설픈 수수께끼도 풀고 자리로 돌아간 아이들은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책상서랍정리도 하고 자기 물건 정리도 했다. 사물함이 이번 주말에 들어온다 하여(제발 약속 좀 지켰으면 좋겠다) 부득이 아이들이 가져온 준비물은 큰 가방에 두고 꺼내 써야 한다. 그것도 정리하고 오늘 입학 환영에 관한 문구도 같이 읽으면서 케잌으로 안내했다. 세상 귀한 두 명 밖에 안 되는 우리 반 딸 아이들을 불러 초를 끄게 하고 첫 날을 기념했다. 투명한 통에 예쁜 돌 하나를 넣어 오늘 첫 만남을 기념하는 장면도 연출해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제 피곤함이 남아 있어 좀 더 섬세하게 입학식을 준비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보호자들의 따뜻한 시선과 우리 아이들의 힘 넘치는 목소리와 귀여운 몸짓때문에 무언가 올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좋았다. 이런 기운으로 일 년을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나도 안다고 소리치던 아이들이 제대로 아는 게 무엇인지 가르치고 앎에 대해 조금은 겸손해지는 그런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앎이 구호로만 남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열 둘, 새싹이들! 내일 보자~ 만나서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