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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r 07. 2024

도깨비 같은 하루를 보내고

(2024.3.7.)

지난 이틀은 매우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 어제 교사회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에서 준*가 책상에 업드려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책이라도 읽고 있지라고 했지만, 대답만 '네'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작년에 시*이도 그랬다. 책이라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일 년 뒤 큰 변화와 성장을 보였다. 부모님과 교사의 협력이 돋보인 대표적인 예였다. 교육은 결국 교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지난해 절실히 깨달았다. 이전에는 내가 잘나서 그런 건 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그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어 곧 아이들이 속속들이 들어서는데, 지난해와 달리 이번 아이들은 유독 차에 민감하다. 오늘은 과일향이 나는 차였는데도 몇몇 호응이 넘치는 아이들 말고는 맛이 없다느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느니 난리다. 사실 차라는 게 그렇다. 밋밋하고 때로는 낯선 향과 맛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맛이란 단맛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맛이 난다고 한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은 단맛에 익숙해져 버려 음식과 차가 가진 본연의 맛을 거부한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를 우리 어린이 아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우리 아이들이 겪게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음식과 차의 본연의 맛 느끼고 깨닫기이다. 그제야 좀 더 다른 맛을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다. 배움은 그런 것이고 그래야 한다. 오늘은 몸짓노래로 시작을 하고 이어서 자기 물건 정리하는 법을 가르쳤다. 책상서랍 노랑상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거기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이번 한 번만으로 될 리 만무하다. 주마다 매번 확인해야 한다.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반복만큼 중요한 가르침은 없다. 이어서 쉬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나무조각으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매번 똑같아서 7년 전 내가 맡았던 천안의 큰 학교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이 따라하기 시작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수가 적은 만큼 장단점은 확실하다. 각자의 개성이 어우러져 상상력들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적정의 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적정수의 기준을 뚜렷이 밝히기란 쉽지 않다. 대략 16-20정도? 하지만 이를 넘는 도시학교 몇몇에서는 오히려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가 적으면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하면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럴 땐 오히려 작은 학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 이후에는 어제 하려다 못한 '봄' 노래를 불렀다.


해마다 저중학년에게는 꼭 가르치는 백창우가 이원수 시인의 동시에 곡을 붙인 <봄은 언제 오나요>였다. 작년에 가르칠 때와 다르게 수십번을 반복해야 했다. 조금은 1학년이 부르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40분을 딱 채우니 그런대로 1절이 마무리가 되었다. 내일은 남은 2절로 노래와 율동을 해야 할 듯하다. 몸짓이 어색하고 아직은 입을 열기가 어색한 아이들. 노래를 부르자 했는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다잡아 노래의 세계로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때 보람은 담임이 아니면 교사가 아니면 잘 모른다.


남은 시간은 어제 하다 못한 놀이시간으로 보냈다. 빈자리 친구 채우기 놀이를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해서 먼저 했는데, 여전히 방법에서 햇갈리는 아이들이 있고 멍 때리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렇게 시작했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다. 지난 네 번의 1학년에서 얻은 경험이 내겐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믿을 수 있다. 믿음은 겪지 않은면 웬만해서는 만들기 힘들다는 걸 또한 경험해 왔다.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좀 많았다. 숟가락도 잘 못 쥐고 있는 아이들. 가정에서부터 해결되어야 할 지점이 보였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돌아와 정리해 인사를 마치고 돌봄교실로 안내하고 돌아오는 길.


아차! 셋째날을 기념하는 돌을 넣는 걸 까먹었다. 단체 사진 찍는 것도...애고 애고...나도 정신이 없다. 아이들에게 요즘 까먹을 때마다 어제 들려준 도깨비를 예로 들어 도깨비 닮지 말라고 하는데, 오늘 내가 딱 그모양이다. 에잇 이런 도깨비 선생 같으니라구....

지난 이틀은 매우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 어제 교사회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에서 준*가 책상에 업드려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책이라도 읽고 있지라고 했지만, 대답만 '네'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작년에 시*이도 그랬다. 책이라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일 년 뒤 큰 변화와 성장을 보였다. 부모님과 교사의 협력이 돋보인 대표적인 예였다. 교육은 결국 교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지난해 절실히 깨달았다. 이전에는 내가 잘나서 그런 건 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그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어 곧 아이들이 속속들이 들어서는데, 지난해와 달리 이번 아이들은 유독 차에 민감하다. 오늘은 과일향이 나는 차였는데도 몇몇 호응이 넘치는 아이들 말고는 맛이 없다느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느니 난리다. 사실 차라는 게 그렇다. 밋밋하고 때로는 낯선 향과 맛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맛이란 단맛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맛이 난다고 한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은 단맛에 익숙해져 버려 음식과 차가 가진 본연의 맛을 거부한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를 우리 어린이 아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우리 아이들이 겪게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음식과 차의 본연의 맛 느끼고 깨닫기이다. 그제야 좀 더 다른 맛을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다. 배움은 그런 것이고 그래야 한다. 오늘은 몸짓노래로 시작을 하고 이어서 자기 물건 정리하는 법을 가르쳤다. 책상서랍 노랑상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거기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이번 한 번만으로 될 리 만무하다. 주마다 매번 확인해야 한다.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반복만큼 중요한 가르침은 없다. 이어서 쉬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나무조각으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매번 똑같아서 7년 전 내가 맡았던 천안의 큰 학교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이 따라하기 시작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수가 적은 만큼 장단점은 확실하다. 각자의 개성이 어우러져 상상력들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적정의 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적정수의 기준을 뚜렷이 밝히기란 쉽지 않다. 대략 16-20정도? 하지만 이를 넘는 도시학교 몇몇에서는 오히려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가 적으면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하면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럴 땐 오히려 작은 학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 이후에는 어제 하려다 못한 '봄' 노래를 불렀다.


해마다 저중학년에게는 꼭 가르치는 백창우가 이원수 시인의 동시에 곡을 붙인 <봄은 언제 오나요>였다. 작년에 가르칠 때와 다르게 수십번을 반복해야 했다. 조금은 1학년이 부르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40분을 딱 채우니 그런대로 1절이 마무리가 되었다. 내일은 남은 2절로 노래와 율동을 해야 할 듯하다. 몸짓이 어색하고 아직은 입을 열기가 어색한 아이들. 노래를 부르자 했는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다잡아 노래의 세계로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때 보람은 담임이 아니면 교사가 아니면 잘 모른다.


남은 시간은 어제 하다 못한 놀이시간으로 보냈다. 빈자리 친구 채우기 놀이를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해서 먼저 했는데, 여전히 방법에서 햇갈리는 아이들이 있고 멍 때리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렇게 시작했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다. 지난 네 번의 1학년에서 얻은 경험이 내겐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믿을 수 있다. 믿음은 겪지 않은면 웬만해서는 만들기 힘들다는 걸 또한 경험해 왔다.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좀 많았다. 숟가락도 잘 못 쥐고 있는 아이들. 가정에서부터 해결되어야 할 지점이 보였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돌아와 정리해 인사를 마치고 돌봄교실로 안내하고 돌아오는 길.


아차! 셋째날을 기념하는 돌을 넣는 걸 까먹었다. 단체 사진 찍는 것도...애고 애고...나도 정신이 없다. 아이들에게 요즘 까먹을 때마다 어제 들려준 도깨비를 예로 들어 도깨비 닮지 말라고 하는데, 오늘 내가 딱 그모양이다. 에잇 이런 도깨비 선생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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