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환 Mar 20. 2024

아이들이 내가 최고라는 날에

(2019.3.20.)

"선생님, 최고예요~"

"선생님, 사랑해요~"


오늘 푸지게(?) 놀며 하루를 즐긴 아이들이 어느 정점에 이르렀을 때 내게 내 뱉은 말이었다. 노는 게 좋은 아이들. 오늘 첫 시간은 숫자 '5'와 수 다섯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공책에 매번 반복되는 패턴 대로 숫자 5 하면 생각나는 것들과 쓰는 법을 익혀 나갔다. 그저 천천히 차근차근 나가길 바라는데, 급한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5하면 생각나는 것, 다섯 하면 생각하는 것에 대한 상상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별의 꼭지점 개수와 다섯 손가락(발가락), 오각형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수에 대한 생각보다 말놀이로 여기는 아이들의 있다는 게 올해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섯까지의 수를 익힌 다음에는 블록으로 놀이를 즐겼다. 다섯개의 블록을 가진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서로의 것을 가져오는 놀이로 시작해서 홀짝놀이 하듯 자기 손에 들어 있는 블록의 개수를 맞히게 하는 놀이, 나중에는 블록을 가위바위보 해서 내는 것에 따라 가지고 오는 개수를 정해 가장 많이 가져간 사람이 이기는 놀이로 다섯 이하의 수를 세고 만지는 활동을 되풀이 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였겠지만, 놀이를 하면서 수에 대한 감각을 높여가는 놀이를 되풀이 했다. 놀이수학으로 즐기고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어 중간놀이시간. 사실 수요일은 중간놀이 시간이 없는 날이지만, 입학초 적응활동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수요일 6교시는 가혹한 것 같아 4월부터 조금씩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늘 놀이수학 시간에 이어 또 놀이로 이어지니 마냥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합교과 시간도 활동시간이었다. 오늘은 열 발 뛰어 세기, 한 발 걷기놀이, 얼음 땡 놀이까지. 다양한 움직임 놀이를 했다. 이번에 바뀐 새교육과정에는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느낌이다. 덩달아 움직이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면면을 볼 수 있다.


충분히 즐긴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제 한 아이가 내 옆에 앉아서 밥을 먹겠다고 한 뒤로 오늘은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아이들이 밥을 같이 먹자고 난리였다. 손을 잡고 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늘어났다. 두 명 밖에 안 되는 우리 여자 아이들을 챙기려는 내 마음도 모르고 남자녀석들은 원망 섞인 말들을 드러낸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내게 달려들던 아이들이 막상 걸어 갈때는 자기 맘대로 간다는 것. 역시나 1학년이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어려운 일곱살들. 어른들도 힘들지만, 다른 건 이 아이들은 너무 쉽게 까먹는다는 거다. 하하.


마지막 시간에는 <작은 배의 여행>이라는  선 그림책 작업을 다시 해보았다. 초반에 적용했다가 이르다는 생각에 좀 더 다른 것을 연습한 뒤에 접근을 했는데, 역시나 이전보다는 나아진 아이들이 많다. 역시나 연습은 필요했다.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학습속도와 수준이 좋을 지를 계속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수업을 마무리 짓고 하루를 끝냈다. 오늘 좀 괜찮다 싶었던 한 녀석이 오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잔소리를 했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수업을 마무리 하려는 즈음에 달려와 나를 안는다. 내가 싫다고 해도 말 안 들어서 싫다는데도 나를 끓어 안는다. 모든 걸 이렇게 무마(?)시키려 한다는 느낌도 드는데...아무튼 지켜볼 일이다.


오늘 뜬금없이 코피를 줄줄 흘려 한동안 멈추지 않았던 아이가 있었다. 괜찮게 집에 갔는데, 별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7일째 되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과 하루에 한 번의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