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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24. 2024

내게 위안을 주는 아이들

(2024.4.24.)

요즘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 맞이가 의외로 반갑고 재밌다. 들어오면서 어찌나 시끄럽고 말들이 많은지. 전부 다 나하고 상관없는 건데, 재잘재잘들이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우리집에서 아빠가 뭐했다는 둥, 우리 엄마가 뭐 했다는 둥, 형제들이 어쨌다는 둥, 방금 들어오면서 말다툼 한 아이들에 대한 고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끌벅적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들. 처음에는 손이 많이 가는(담임의 주관적 기준) 아이들을 만난 것 같아 힘도 드는 것 같고 불필요한데 시간을 자꾸 쓰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는데, 어느덧 4월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안정이 되고 익숙해져 갔고 나도 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단순함에 조금씩 빠져 들고 있다. 여전히 챙길 게 많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이 좀 더 1학년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느덧 아이들 보다는 내가 더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늘 첫 시간은 'ㄱ과 ㄲ' 을 배운 것을 바르고 쓰는 시간으로 보내고 곧바로 'ㅋ'을 익히는 시간으로 보냈다. 어제까지 힘들어 하는 아이가 조금 집중하며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떻게 해서든 읽게 하는 일이 1학년 아이들에게는 당장 시급한 일이다. 오늘 첫 수업 전에 내일 거산 세계 책의 날 행사를 위한 동화 <목기린씨, 타세요!> 마지막 부분을 읽어주었다. 아이들 모두 목기린씨가 버스를 제대로 탄 것에 안도를 하고 축하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갈 생각이 있느냐는 이야기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든다. 창가에 지난해 전교생이 읽은 일부 책이 있어 한 권씩 나눠 주며 지에서 부모님과 함께 읽고 내일까지 퀴즈잔치에 참여할 준비를 해 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당장 읽고 보고 싶다는 아이들에게는 읽게 했더니 어느덧 모든 아이들이 동화책에 손을 대어 읽는다.


아직은 더듬더드이지만, 그림만 보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렇게 책에 호감을 가지고 가까이 가는 일이 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고 시급한 일이다. 책보다는 유튜브와 게임에 먼저 익숙해진 아이들을 책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꾸준한 어른들의 노력과 반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책을 유튜브나 e-book으로 만나는 일도 게임을 가까이 하는 일도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금기시 될 정도로 절제를 해야 한다. 뇌 연구로도 이미 밝혀졌지만, 사람의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먼저 접한 쪽으로 관성적으로 다가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책과 모바일기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너무도 힘들다. 어른들이 세심한 배려와 공부와 성찰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아이들의 올바른 문해력과 비판적 안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둘째 시간에는 수학시간으로 교과서 2단원 여러가지 모양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1학년 수학 단원 중에서 가르치기가 애매한 지점에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평면도형 교구랑 입체도형 도구를 다루게 하면서 각각의 특징을 확인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단원이다. 지난 월요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아이들과 나는 교과서 내용을 확인하고는 직접 도형을 만지고 도형으로 꾸미는 활동에 집중했다. 입체도형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이 공모양의 '구'였는데, 아이들이 책상 위에서 제일 다루기 힘든 '구'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투덜거렸다.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아이들은 '구'의 특징을 알 수 있었고 다른 도형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살필 수 있었다. 한 아이가 교과서 내용에 있는 상자 속 도형을 만져 보며 특징을 설명하는 맞히기 놀이와 도형의 굴림의 정도에 대한 실험적 관찰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는 오늘 오지 못한 친구가 오면 해보자 했다. 아이들이 적극성을 보여 다행이었다.


오늘도 중간놀이시간과 점심놀이 시간은 화려했다. 아이들 손에는 모종삽과 괭이가 들려 있고 비 오는 날에 지렁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어찌 아는지, 아침부터 지렁이를 노래 부른 아이는 기필코 잡아서 자랑하며 뛰어 다니고 여기 저기 땅을 파며 무언가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려는 아이들은 사뭇 무엇이라도 발굴할 것 같은 기세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교실로 들어오라는 소리에 삽과 괭이를 제자리에 놓고 뛰어 오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안정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늘 마지막 시간에는 통합교과의 주제 '이웃'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관련 그림책 <꼬마 이웃, 미루>를 함께 읽고 이웃에 대한 소중함을 나눴다. 그리고는 각자 어떤 이웃이 있는 지를 말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자세한 것은 그림으로 나중에 그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웃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했다. 비가 아침에는 좀 내릴 듯하더니 지금은 막 그쳤다. 이따금 비가 오고 해가 내리 쬐고 하는 일이 되풀이 되는 날이다. 조만간 아카시아 잎으로 가지고 놀면서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도 하고 왕관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학교 아카시아 나무에서는 별다른 기별이 보이지 않는다. 작년과 사뭇 다른 날씨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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