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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25. 2024

경쟁이 아닌 협동? 어렵다!

(2024.4.25.)

어제의 평온함에서 살짝 들뜬 오늘 하루였다. 옛이야기를 자꾸 해달래서 두 개나 들려주고 시작을 했는데도 녀석들의 요구와 바람은 끝이 없다. 겨우 진정시키고 첫 시간을 그동안 익힌 '어금닛 소리'를 다시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여전히 내 관심을 끄는 아이가 많이 헤매고 있었다. 반복해서 연습을 해도 틀리는 건 계속 틀린다. 수업 속에서도 헤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다. 5월부터는 개인지도가 필요해 보였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믿고 가려 한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아는 글자이지만, 아직 획순이 틀리는 아이, 대충 쓰려는 아이가 있어 이를 바로 잡아서 가고 있다. 


이미 아이들은 안다고 하지만, 정말 알지는 못하기에 다시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이런 아이들의 다른 지점과 속도를 절대 맞추지 못한다. 교사교육과정이 이런 지점에서 필요한데, 아직 1학년에 관한 우리네 교사교육과정은 탄탄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 4년의 경험으로 각종 교재를 활용하고 내가 만든 교재로 써가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지만, 매번 다른 결과 격차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방식과 교재를 생각하면 아직도 고치고 다듬을 곳이 많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다른 일도 겹쳐 있다보니 여기에 집중을 하지를 못한다. 올해 만난 아이들을 보며 1학년 초기 문해력 접근 과정에서 어떤 지점에서 보완이 되고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교재가 어떠해야 하는 지가 다시금 고민이 된다. 올해 어떤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다 싶은데, 더 실천하고 검증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간놀이 시간에 이어 통합교과 시간으로 오늘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가위바위보 놀이랑, 그물놀이, 줄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움직임 자체가 많아 아이들은 금세 땀을 흐리며 숨 가빠 했다. 그래도 흥겹게 즐겁게 노는 게 좋은 아이들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 다녔다. 먼저 가위바위보 놀이는 교육과정에도 있지만, 오래 전부터 하던 놀이였다. 가위면 한 발, 바위면 두 발, 보면 세 발을 내딛어 먼저 멀리 있는 벽을 짚는 아이가 이기는 놀이. 아이들은 신나게 가위바위보를 하며 움직였다. 다음으로는 줄놀이. 오늘은 줄넘기 줄로 삼각형, 사각형, 별모양을 만들어 보게 했다. 처음에는 많이 해맸지만, 예를 들어주며 움직이게 하니 그제야 재미있어 한다. 마침 수학 2단원이 여러 가지 모양이라 한층 더 의미가 있었다. 특히 별모양을 만들었을 때 아이들의 감격스러운 표정이란.


끝으로 그물놀이를 했다. 한 두 명의 술래로 시작해 손을 잡아 늘이며 결국에는 인간 띠 혹은 그물모양을 만들어 도망가는 아이들을 몰아서 잡는다는 놀이. 어린 아이들 대부분이 이 놀이의 기본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서로 맞잡은 손에 관계 없이 가장자리에 있는 아이도 가운데 있는 아이도 무조건 친구들을 잡으러 움직이다 넘어지고 끊어지고 하는 일이 반복했다. 서로 의논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어떻게 해야 그물모양을 만들어 잡을지를 생각하게 했지만, 아이들은 각자 잡을 욕구만 강했다.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해마다 1학년 어린 아이들의 경쟁심은 높아져만 가고 해마다 협동심은 반감되고 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그랬다. 다들 심성이 착하고 여려도 경쟁에서만큼은 악착 같고 지는 것에 분해하고 판정에 억울해 했다. 


어떻게 달래보고 설득을 해도 감정이 앞선 어린 아이들에게 협동심과 협력에 관한 부분은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어른도 경쟁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지점에서 아이들은 승부에 대한 집착(?)을 심화 시켜 왔을까. 오히려 이런 지점에서 어떤 아이들은 미리 포기하고 자신이 없어 하는 경우도 보인다. 아직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양보란 쉽지 않은 행위이다. 그러다 보니 협력보다는 서로 타박을 하고 남 탓을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양육방식과 점점 외동들이 늘어가는 탓일까. 관계망이 좁혀지고 개인성이 강해진 탓일까. 변화하는 어린이들에 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올 일 년동안 쉽지 않겠지만, 서로 협력했을 때 얻는 기쁨에 관한 경험도 자주 경험해 주고 싶은 생각 뿐이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아주 좀 더 달라진 아이들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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