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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26. 2024

나, 선생님 좋아!

(2024.4.26.)

오늘은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거산 책의 날 행사 중 동화 <목기린씨, 타세요!>로 독서 퀴즈 잔치를 여는 날이다. 1학년도 참여할 수 있게 하려고 지난 주부터 읽어주었는데, 그래도 걱정이 돼 집으로 들려 보내, 부모님과 함께 읽으라 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오늘 나올 문제를 들려주었더니, 웬걸? 어찌나 잘 맞히던지. 우리 아이들 집중력이 중고학년보다 높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이 아이들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중간놀이 시간에 열린 행사에서도 우리 1학년들이 제일 먼저 문제를 맞히고 남은 시간을 보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당하게 줄을 서서 문제를 맞히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라니. 정말 사랑스런 아이들이다. 


오늘 첫 시간은 지난 주와 이번 주 배운 어금닛소리 글자 'ㄱ, ㅋ, ㄲ'로 복습을 하고 'ㅋ' 글자를 공책에 예쁘게 정리하는 활동을 했다. 예전의 가르치던 차례와 다르게 했는데, 교재에 대한 구상과 배우게 하는 차례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게 일어났다. 오늘 한 아이가 어제 배운 '크'를 생각해서 글자로 쓰는 걸 하려다 막히는 모습이 보였다. 보면 읽는데, 막상 안 보고 쓰라고 하면 쉽지 않은 모습을 새삼 또 보게 됐다. 읽는 지점과 그것을 바로 글로 가게 하는 과정에 어떤 장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다. 많이 읽고 쓰면 자연스럽게 되는 과정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으니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교재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튼 고민이 됐다.


행사에 이어 사탕을 입에 하나씩 물고 중간놀이를 하다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챙겨 두 번째 블록 시간을 보냈다. 이번 시간에는 통합교과 '사람들' 중 주제 '가족'이었다. 가족의 구성과 가족이 이 아이들에게 주는 의미와 풍경을 살펴보는 게 가장 큰 목적인 수업이었다. 그림책도 준비했는데, 우리반 하*이 집에서 가족에 대해 공부한다니 들고 온 그림책 <가족의 가족>이 있어 그걸 먼저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간단한 가족의 구성은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자기네 가족의 구성은 어떤지도 대략 말을 해주었다. 그걸 나중에는 그림으로 그리게 했는데,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 내었다. 


다음으로는 어제 늦게 보호자들에게 부탁한 식구들 사진을 한데 모아 교실 가운데 화면에 띄우고 아이들을 불러 내어 소개하게 했다. 쑥스러운 기색은 없이 모두 해맑게 자기 가족을 사진을 보며 소개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눈물이 많은 한 녀석은 예전 행복했던 생각이 나는 건지, 아님 집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건지, 눈물샘이 폭발을 하기도 했다. 다들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웃고 그 때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 가족 풍경은 그렇게 마냥 행복하고 정겨웠다. 보는 내내 내 입가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와 <우리 엄마>를 보여주며 각자의 아빠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무엇이든 해준다는 우리 아빠, 엄마이야기에서부터 그림책 속 소파처럼 편안한 엄마이야기에 우리 엄마 배 위에 올라가니 너무 푹신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엄마가 혼낼 때 대신 아빠가 혼나준다는 이야기.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다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화면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끌어 모아 읽어주었더니 훨씬 아이들 모습이 잘 보이고 표정들의 변화가 읽혔다. 친구들마다 아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동안, 아이들 몇몇이 내게 와서 앵기고 손을 잡는다. 


"나, 선생님 좋아."


하고 한 녀석이 말을 꺼내자. 나도 그렇다고 마구 달려드는 아이들 통에 다시 정비하는 소리를 질러야 했다. 이제 고작 두 달도 채 보지 않은 녀석들이 내가 좋다고 손을 서로 잡으려고 잡아 당기고 그 때문에 눈을 부라리는 못습이라니.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을 나눌 줄 안다고 했던가. 물론 그 사랑의 질이 중요하고 방향성도 중요하다. 그래야 진짜 사랑을 나누는 법을 알 테니. 적어도 우리 아이 반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는 진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행복한 아이들로 보였다. 그런 아이들이 내 뱉는 '선생님이 좋다'는 말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기분이 좋고 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이런 아이들과 주말 동안 헤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주말에 내 꿈 꾸라고, 선생님 없다고 울지 말라 했더니 꿈 꿀 거라고 하고 울 거라 한다. 작년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그러지 말라 했는데... 하하하. 확실히 다르긴 다른 아이들이다. 


4월의 마지막 주도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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