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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Apr 29. 2024

어찌어찌 보낸 월요일

(2024.4.29.)

여전히 날씨는 흐리다. 자주 흐려지는 날씨. 주말은 맑고 평일은 흐린 날이 계속 이어지고 출근하는 아침 일찍부터 두 아이가 먼저 와서 찻잔을 다 꺼내 놓고 바로 앉아 있다. 웃음이 난다. 저러다가도 나중에 저 녀석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좋으련만, 좀이 쑤신 녀석들이 친구들이 올 때까지도 기다리지도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싶다며 움직인다. 아침 일찍 이번 주 어린이날과 다음 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물품 구입으로 정신 없는 내 주변으로 술래잡기라니. 나는 어서 친구들 맞이하러 밖에 나가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나 둘 다시 모인 아이들 앞에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지난 한 주 이야기를 들었다.


어찌나들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던지, 멀리 창원, 김제까지 다녀온 친구들도 있었고 안성 스타필드를 다녀온 아이, 할머니 집에 가서 벌레에 마꾸 뜯겨와 온 몸에 물린 자국이 있는 아이 등 지난 주말 아이들은 각기 자기 할 말들이 너무도 많은 주말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마구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이에 아이들에 과자 냄새가 난다는 차를 따라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옛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해 놓고 잠시 다른 일을 보다 그만....깜빡. 그런데 녀석들도 해 달라고 해 놓고 깜빡...월요일 아침은 이렇게 아이들과 내가 깜빡하며 시작했다. 오늘의 첫 시간은 선그림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날.


'겨울별 이야기'라고 선 그림책  <작은 배 여행> 처럼 선과 그림을 그려가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직접 보여주며 그리도록 했다. 지난해 내가 그린 작품을 그려주니 아이들이 '와~'한다. 대학시절에도 그림 때문에 힘들어 했던 내가 유독 어린 아이들 앞에 서면 대단한 칭찬을 받는다. 아무튼 수많은 별 중에서 겨울별이 어디 있는지를 살펴보고 겨울별에서 빛기둥요정을 만난 이야기로 직선을 굵고 가늘게 그려보게 했다. 그래도 지난 두 달간의 선 그림 경험이 있는 탓인지, 이제 내 말을 듣고 잘 따라하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하지마 여전히 마음이 급해 아쉽게 그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이번 시간을 통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분명 3월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대견하다.


오늘도 국악시간 때문에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무샘이 고쳐진 시간을 안내하지 못하고 나는 에전 시간표대로 보고 정작 국악강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다보니 오늘도 국악수업을 하지 못했다. 다시 조정해서 다음부터 잘 챙겨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고 제때 확인하지 못하니 아이들만 중간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다. 에효~ 뭐 그런대로 수학시간으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지난 주에 우리반 예*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여러 가지 모양의 두 가지 활동을 모두 해 볼 수 있었다. 상자에 숨겨 놓은 여러 가지 모양의 실물로 문제를 내어 맞히게 하였는데 어찌나 재밌어 하든지. 별 거 아닌 것에도 웃음과 즐길 준비가 된 시기가 이 맘 때 아이들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후로 입체도형의 굴러감에 대한 특징을 발견과 설명하게 하고 2단원을 교과서로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하루도 금방 지나갔다. 애기 같은 아이들과 나는 그렇게 57일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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