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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May 16. 2024

아카시아꽃 떨어지던 날

(2024.5.16.)

지난해에도 잘못을 저질렀건만. 결국은 올해도 아카시아 꽃으로 튀김은 하지 못했다. 3주전만 해도 우리 학교 아카시아가 제대로 피지 않아서 올해는 진달래도 그렇고 우리 학교 주변은 늦다 판단한 게 잘못이었다. 꽃은 갑자기 지고 빠르게 져 버렸다. 다른 곳에서 공수하려 해도 이미 다른 곳도 마찬가지. 또 내년을 기약할 밖에.


아침 수업 시작은 그림책 '아카시아 파마'로 시작해서 파마의 기원(?)부터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었던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하곤 했다는 옛 이야기를 전하면서 오늘 하루를 기대하게 했다. 조금 시간이 더 남아 1970년대 노래였던 동요 '과수원길'도 가르쳐 주었다. 그 동요에는 아카시아가 나왔던 것.


잠시 뒤, 생태교육지원단 보호자들이 세 분이 오셔 본격적으로 아카시아 수업을 시작했다. 먼저 밖으로 나가 우리 학교에 높게 드리운 아카시아 나무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간 그 시각에 지고 있던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놀라고 지원단분들도 들떠 소리를 질렀다.


잠시 뒤에는 땅에 낮게 자란 아카시아 줄기를 끊어 나눠 가지고 오늘 활동할 거리를 준비했다. 혹시 모자라 미리 지원단에서 아카시아 잎과 토끼풀을 준비해 주셔 걱정은 없었다. 아이들과 나는 텃밭으로 가서 우리가 심은 감자상태를 보러 가기도 했다. 그때 승*가 감자꽃이 맺히기 시작했다며 소리를 질렀다. 무성해진 감자잎과 줄기 사이로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던 것.


그 뒤로 딸기 밭에서 자그마하게 그리고 빨갛게 달린 딸기를 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실로 들어와서는 딸기를 씻어 하나씩 먹고는 이내 아카시아 줄기에 달린 잎으로 가위바위 보 놀이를 했다. 진 아이가 자기 잎을 떼어 얼굴에 붙이는 건데, 먼저 잎이 사라진 아이가 지는 것. 중간에 내가 깜빡했던 민방위 훈련 때문에 잠시 중단이 됐지만, 이어진 활동에서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다


마침내 오늘의 주 활동이 이어지는데, 여학생이 적은 관계로 파마보다는 화관에 지원단은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토끼풀꽃으로 화관을 만들기도 하고 아카시아 줄기로 왕관을 만들어 사이마다 토끼풀꽃을 심는 것을 한 시간 넘게 공을 들여 했다. 몇몇 아이들은 화관이나 팔찌, 반지보다 아카시아 잎 사이로 나온 곤충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런대로 지원단의 애씀과 몇몇 아이들의 괜찮은 손놀림으로 멋스럽게 수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각자 소감과 경험을 듣고 지원단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은 그렇게 마무리 했다. 아카시아 꽃을 비록 튀겨 먹지는 못했지만, 어제 마침 비가 왔던 관계로 더욱 싱그러운 5월의 아침을 아카시아 잎과 토끼풀로 너무도 즐겁게 우리 아이들이 보낸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하~ 아이들과 마냥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5월 중순이 되었다. 어제 휴일인 탓이었는지, 수업을 마치고 인사를 한 뒤 나가는 길에 수*가 내게 묻는다.


"선생님!"

"왜?"

"내일은 학교 와요?"

"당연하지, 내일은 금요일인데?"

"와~~~ "


다행이다. 학교 올 수 있다고 신나하니. 오늘은 아이들과 만나지 72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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