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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03. 2024

아이들은 잘할 수 있다

(2024.6.3.)


5, 6월 우리 12명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완전체로 수업을 한 지가 언제가 싶을 정도다. 가정상 불가피한 교외체험학습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급으로 보면 두루 챙길 게 좀 있다. 이번 주가 되면 거진 정리가 될 듯하다. 여름방학이 있을 때까지는 이제 쭈~욱 달려갔으면 한다. 오늘은 월요일.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주말 이야기를 말하게 하고 차 한 잔을 대접했다. 조금씩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수월하게 하기 시작한다. 편해진 것도 있고 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도 있을 게다.


아직 서툰 아이들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을 본다. 오늘은 지난 주 금요일에 꺼내 들지 못한 책을 읽어주었다. 유은실의 <나도 편식할래요>인데, 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까지 내달렸다. 정이가 유쾌하게 음식을 먹고 음식으로 기분이 달라지는 모습에 아이들도 매우 흥미로워 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앞두고 끝내니 지*이가 옛이야기는 안 들려주냔다. 바라는 게 끝이 없다. 하하.


오늘 첫 시간은 선 그림 여섯번째 이야기. 요정이 산에 오르고 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따먹고 나눈다는 이야기. 거기에 맞는 그림을 하나 하나 천천히 그려보게 했다. 막 하려 할 때, 수*가 한 마디 외친다.


"선생님, 그리는 거는 재밌는데, 어려워 보여요."


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는다. 해보면 할 수 있는데, 두려움이 앞서는 건, 잘 하고 싶은 마음일 게다. 그 마음을 다독이고 잘 따라하면 누구가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그림은 짐작한 대로 서툴지만 나름 잘 한 편이었다. 하나 하나 따라할 때, 틀렸다고 소리친다. 괜찮다고 해도 석 달 동안 같은 말이 반복된다. 다음부터 잘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다독이고 끝까지 갔을 때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나름 배운 바대로 익힌 대로 자기 수준에서 잘 녹여 냈다. 다 그려 놓고 그림을 보는 아이들 모습은 밝았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지난주 토요일에는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 서울에 가서 회의에 온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마침 1학년을 맡고 계신 박지희선생님이 아이들이 잘하니 자꾸 욕심이 생겨 이것도 저것도 막 시켜 보다 요즘 반성을 하신다 하셨다. 아이들이 잘 해낸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만 잔뜩 줘서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셨다. 나도 작년에 그랬다. 아이들이 잘 하니 이것 저것 많이 시켜 보았다. 그런데 또 잘 해니 그 다음을 가곤 했다. 이 아이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를 알아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얼만큼 잘 할 수 있는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욕심을 내 보려 하지만, 나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가려는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 써볼 때까지는 해보려 한다. 물론 아이들을 보고 말이다.


오늘 마지막 블록 수업은 덧셈시간. 오늘은 구체물에서 그림으로 그림에서 기호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꺼번에 익혀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수구슬판에 갈라 놓은 수를 더하는 과정을 숫자와 이어세기 방식으로 해 보다가 나중에는 수직선을 그려 익혀 보았다. 수직선을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과 직접 그려 더하기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내는 일은 아직 이 아이들에게는 쉬운 건 아니었다. 기계적으로 학습하듯 방식을 익힌 뒤에 네 차례 정도 연습을 시켜 수직선에 수를 나타내고 더하기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거의 두 시간이 끝날 무렵 모든 아이들이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류를 거치면서 잘 해냈다. 내일 한 번 더 해 보면서 이 과정을 얼마나 익혔을지 확인해 보려 한다.


아직 우리 반 아이들 중 몇 명은 숫자를 거꾸로 쓰기도 하고 다르게 쓰기도 한다. 연습이 부족해 보인다. 실수도 잦다. 오늘은 월요일인데다 중간놀이 시간 잔뜩 뛰어 놀다 교실로 들어와서 그런지, 수학시간에 집중력을 잃은 아이들이 꽤 많았다. 다음에는 수업시간을 조정해야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준*가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나한테 이번주에는 왜 목요일, 금요일 학교를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해 준다는 걸 깜빡했다. 내일은 잊지 말고 알려주어야겠다. 오늘 다시 날짜를 세는데, 그동안 잘못 센 것도 있었다. 오늘은 아이들을 만난지 92일째였다. 100일까지 8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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