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7.)
"얘들아, 장사 알아요? 장사."
"알아요. 힘 센 사람!"
"맞아요. 씨름 잘하는 사람을 천하장사라고 하잖아요. 자 우리 한 번 세 볼꺄?"
"뭘요?"
"따라 해 봐.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바로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셋도 아니고 넷인....네 장사이야기 들려줄 거에요."
"와, 재밌겠다."
"난 옛이야기 재밌어."
그렇게 '네 장수 이야기'로 시작한 옛이야기로 웃고 떠들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열여섯 번째 만난 날. 지*는 오늘이 3월 17일인 것을 알려주었다.
첫번째 시간은 한글을 만나는 시간. 지난 번 '하늘' 글자를 배웠다면 오늘은 '땅'과 '사람' 글자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사각 밀납크레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테두리를 그리고 가운데 글자를 굵게 그리고, 세종의 한글이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시작이 천지인이다보니 조금은 무거웠지만, 다음주부터는 이 글자를 바탕으로 소리 글자의 원리를 만나면서 듣기와 말하기, 쓰기와 놀이가 겹쳐지면 훨씬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다. 오늘 천지인을 익히는 시간 끝에 이런 말을 덧붙이니 새롭게 다시 자기 이름을 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 이름에도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사람이 담겨 있어요."
"봐, 백효정이라는 이름에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고 하늘이 세 번 붙어 있고 땅도 있어요."
"정말이네."
"나도 하늘과 땅, 사람이 다 있어요."
"나도 내 이름에 하늘하고 땅이 있어요."
"맞아요. 여러분 이름에는 우리 세상이 다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맞은 중간놀이 시간. 잠시 내 일을 본 뒤, 놀이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역시나 6학년이 1학년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너희들 1학년에게 아주 푹 빠졌구나?"
"네, 얘들 너무 귀여워요."
그때, 6학년 한 아이가 효*이를 가리키며 나에게
"선생님, 효*이가 저한테 사탕을 줬어요."
"어, 효*이! 너 선생님한테는 안 주고 이 언니한테는 준 거야?"
"...(고개 끄덕끄덕)"
"어? 효*이 며칠 전에 선생님 사랑한다고 하면서 선생님을 줬어야지."
"아니에요. 샘. 효*이는 저를 사랑한다고 했어요.
"효*이 그럼, 이제 선생님 사랑 안 해."
"네."
"뭐? 헐~ 흥, 칫, 뿡이다. 효*이!"
"샘, 삐쳤어요?"
"그래 삐쳤다. 삐쳤어."
그렇게 중간놀이 시간이 지나고 교실로 들어와 효정이에게 재차 물으니 나도 사랑한단다.하하. 마지 못해 하는 소리인 듯한 데, 나중에 점심시간에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그건 일단 3-4교시 수업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3-4교시는 '작은 배의 여행'을 마무리 짓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작은 아기를 태우고 떠난 배가 다시 돌아오며 끝을 맺는 이야기. 둥근 섬을 다시 돌아와 뾰족한 산을 다시 넘어 부두에 정착하며 끝을 맺는 선 그림. 아이들은 저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신들도 뭔가 아쉬운 모양이다. 일단 손의 근력이 일정치 않고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은 형태가 나오니 그럴만 하다. 예전에 1학년 시절 한 녀석은 이랬다.
"선생님, 천천히 하고 싶은데, 팔이 저절로 움직이져요."
정말 그런 아이들이 많다. 안 그러고 싶은데, 잘 하고 싶은데, 팔이 저절로 빨리 간다는 아이들이 많다. 이번에도 그런 아이들 몇몇을 보게 됐다.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스케치북 한 권 을 더 해볼까 생각 중인데, 다른 것을 좀 더 연습해 보고 할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끝'까지 마무리 하고 수고했다고 도장도 찍어주며 선 그림 시간 1차 마무리를 깔끔(?)하게 했다. 다음 주에는 박지희선생님의 <1학년 첫 배움책>을 하려 하는데, 거기서 잠깐 다른 분위기를 맛보게 하고 다시 이 지점으로 돌아올까도 싶다. 일단 아무튼...
마침내 점심시간. 요즘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 책걸상과 같은 곳에 앉으면 어김없이 '진환이'를 불러댄다.
"진환아, 어디갔지?"
"진환아, 점심시간이야, 이제는 와야지."
"아, 이제 보이네."
"넌 왜 맨날 점심시간에만 와?"
"밥이 맛있어서 그렇다. 왜!"
"하하하. 그럼 밥만 먹으니까 돼지 박이네. 돼지 진박."
"아니야, 나 진환이는 잘난 박이야. 너희는 잘난 척을 하지만."
"아니거든!"
이렇게 말장난을 하고 밥을 먹는 게 일상이 됐다. 나는 그저 같이 놀고자 할 뿐이다. 그렇게 밥 시간이 끝나갈 무렵, 나를 배신(?)했던 효*이가 잔반처리를 하려 식판을 들면서 동시에 일어나다가 그만 엎질러 버렸다. 국물과 김치가 바닥에 엎어지고 효*이 앞쪽 치마에도 국물을 쏟아 그대로 얼어버린 듯 서 있었다.
"에고, 이게 뭐야. 보자 뭐 괜찮네. 이 정도는.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는 휴지랑 물티슈를 찾아 들고와서 반찬과 국물을 치우고 닦고 효*이 앞치마에 묻은 국물처리도 하고 깨끗이 치워주었다. 그래놓고 생색을 좀 냈다.
"봐봐. 선생님은 이렇게 효*이를 위해서 이런 것도 치워주고 너 앞치마에 묻은 것도 닦아주는데, 선생님 사랑 안 할 거야?"
"아니요. 사랑해요."
"그럼, 그래야지. 이제 선생님 다시 사랑해주기다~"
"....(고개 끄덕끄덕)"
이렇게 억지로(?) 사랑 확인을 다시 하고 효정이를 잔반처리하는 곳으로 보냈다. 예전 어느 드라마 대사가 이랬던가.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어느덧 아이들과 지낸지도 3주 째가 지났다. 난 아직도 우리 아이들을 모른다. 더 알아야 할 것도 많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알고 이해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반 모든 아이들과 보호자 분들은 이번 주 정말 수고 많으셨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