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과 월요일

(2023.3.20.)

by 박진환

월요일 아침 | 현택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고


월요일이 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문을 잠그고,

달력이랑 시계를 서랍 속에 숨겨 놓고,

잠든 일요일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내 방으로 가서

방문을 닫고 돌아섰는데


책상 앞에서 시간표를 보며

가방을 싸는 월요일 아침


- 동시마중 레터링서비스 <<블랙>>16호


사실 이 시는 '동시마중' 이번 호 뒤편에서 만난 시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침 동시마중 밴드에 필사를 한 시가 올라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월요일...

1학년에게 월요일은 하품이 넘쳐나는 날이기도 하고 기지개를 반드시 펴야 하는 날이기도 하고 축 쳐저서 활기가 없는 날이기도 하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은 늘 월요일만 되면 수업분위기를 만들기 힘들었다는 것. 너무 쳐저 있거나 너무 활발하거나... 그래서 늘 월요일만 되면 1학년을 맡아 있을 땐, 아침이 이래저래 더 반갑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일부러 아침에 보호자 단톡방에 '현택훈'시인의 '월요일 아침'도 띄우고 아이들 차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풍경도 올렸다. 월요일이만 힘을 내려고 말이다.


아침에는 주말에 있었던 일을 들어주고 들어주며 시작을 했다. 아이들이 이야기 할 때문 늘 빠뜨리는 게 있는데, 그게 어디를 갔느냐 하는 것이다. 그냥 캠핑을 갔고 그냥 할머니를 만나러 간 게 중요할 뿐이다. 이럴 때면 다음부터는 어디로 다녀왔는지를 꼭 알아오라고 한다. 오늘도 그랬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조금씩 익혀나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렇게 노래도 부르고 몸도 펴나가며 아침을 열고 첫 시간을 열었다. 그리고는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을 시를 만나게 해 주었다. 얼마 뒤면, 감자를 심어야 하기 때문인데, 감자 관련 시 가운데 가장 짧고 쉽게 익히고 외울 수 있는 시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감자꽃 | 권태응

자주꽃 핀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꽃 핀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이걸 백창우씨가 노래로 만든 것까지 들려주며 시를 읊고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너희들 감자에 자주색, 그러니까 보라색 비슷한 건데 그런 감자를 본 적 있지요?"

"아니요?"

"으잉? 본적이 없다고?"

"네."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에는 꼭 보기를 바래요. 여러분은 주로 무슨 색 감자를 본 걸까? 그럼."

"하얀색이요."

"그런데, 감자가 하얀 거면 하얀 꽃이 피어요?"

"그럼."

"와~"

"작년에 안 봤어요?"

"네."

"거산유치원 다닌 친구들은 봤는데, 기억을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시도 낭송하고 노래도 불러보는데, 오늘은 이 시 정도는 외우게 해야겠다 싶어서 1분이라는 시간을 주고 외워보라고 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시켜 보는데, 세 명의 아이가 제대로 외우지를 못한다.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시인이 표현한 걸 하나 하나 생각하며 떠올리며 외우라고 하고 몇 번을 했지만, 결국 세 아이는 도무지 외우지를 못했다. 이 과정도 진단활동이어서 아이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후로는 산책으로 아이들을 안내했는데, 돌아보니 이제 뒤편 산책길은 막혔다. 그래서 반대편으로 이동을 했더니 그나마 나은데 충분치는 못하다. 아~


중간놀이 시간 뒤로 이어지는 국어시간은 한글 낱자를 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 <한글 ㄱㄲㅋ>로 지난 주 천지인 세 글자를 다시 확인하며 시작을 했다. 이 책은 손으로 움직여가며 글자의 모양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기도 하다. 하늘 글자에 땅과 사람글자가 합쳐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그것이 원리라는 것을 실물화상기를 통해 보여주며 따라 읽고 쓰기도 하며, 그렇게 시작을 했다. 이후로는 박지희선생님의 <1학년 첫 배움책>을 만나게 해주었다.


ㅏ, ㅓ 가 가지는 소리느낌과 쓰는 차례까지가 오늘이었다. 글자를 쓸 때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ㅣ'는 '내리금', 옆으로 쓰는 글자는 '건너금'으로 하여 'ㅏ'를 표현하고 'ㅓ'자를 쓸 때는 '건너금' 다음에 '내리금'이라는 소리를 내어가며 쓰게 했다. 연습이 필요한 아이들이 보인다. 그 아이들에게는 과제가 나가야 할까 싶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홀소리 공책에 사각 크레용으로 테두리를 한 다음에 'ㅏ'를 쓰고 <첫 배움채>에 있던 관련 낱말을 듣고 말하고 따라 쓰게 했다. 어떤 아이들은 더 생각이 난다고 쓰면 안 되냐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사각 크레용으로 테두리를 그리는 것이 전반적으로는 꽤 좋아지고 있다. 점점 더 익숙해지길 바라고 있는데, 그럴 것 같다. 그만큼 사각 크레용을 쓰면서 손에 힘이 생기고 사용하는 요령도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만난 19번째 되는 날. 세 명의 아이들이 나와 주말까지 포함해서 돌을 넣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도 사진 한 장! 이제 앞으로 나와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맞추고 차례를 맞추는 것도 익숙해져 간다. 장난을 치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 말고는... ㅎ 1학년과 월요일. 나는 오늘 그나마 선전했다. 이제 화요일이 기다리고 있다. 근데 내일부터는 운동장에 공사 때문에 주차를 하지 못한단다. 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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