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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11. 2024

어느 순간 자라고 있었던 아이들

(2024.7.11.)

일기도 써야 하고 곧 회의도 해야 하고 독서 동아리 아이들도 챙겨야 하는데, 23일 서울 현장체험학습 장소 중 한글박물관 때문에 문제가 생겨 버려 그거 챙기느라 오후 시간을 날려 버렸다. 한글박물관의 한글놀이터라는 만 8세 이하 공간을 예약하려 했더니 단체, 개인 모두 쉽지 않아서 고민하다 2학년이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여 전체 계획을 고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덕분에 2학년은 1학년 때문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어쨌든 한글 박물관 내부 사정일 수는 있겠지만, 지방에서 한글놀이터 프로그램을 단체로 참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확인하게 됐다. 좀 더 정확히 알아보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나 싶다. 아이들과 기차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그건 2학기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먼 여행에서 돌아 온 예*주가 아침을 반겼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아이가 빠져 결국 완전체는 되지  못했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그동안 공부해 온 홀소리 닿소리와 통합교과 표지를 꾸미는 시간으로 보냈다. 어제 아이들이 만든 겹받침 사전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아서 오늘 이 표지 작업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을 했다. 역시나 기대대로 였다. 글씨를 굵게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위치에 배치 시켜 꾸미는 활동인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실수도 잦고 자주 틀리기도 해서 걱정을 좀 했는데, 그새 많이 자란 모양이었다. 일정한 틀과 본을 제시해주고 따라 해 보게 했더니 제법 흉내를 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마구 쏟아 부어 주었다. 덕북에 교실에 붙여 놓은 챠트에 모두 담아낼 수 있었다. 참 모를 일이다. 그새 컸단 말인가.


두 번째 블록은 수학시간. 오늘은 20이상 50이하의 수를 10개씩 묶어 세는 법을 익혔다. 먼저 블록으로 연습하고는 읽는 것 세는 것을 10개씩 묶는다는 개념을 계속 확인시켜 갔다. 블록이 끼우기 힘들어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학생 수가 적어서인지, 아이들이 그동안 블록을 많이 사용해 봐서 그런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이걸 바탕으로 수학교과서 문제와 익힘책을 활용해 학습해 나갔다. 여전히 10개씩 묶는 게 익숙지 않아 배웠지만, 결국 자기 방식대로 또는 편한 방식대로 하려는 아이들이 많았다. 익숙한 것을 떼 내어야 하는 건 어른이아 아이나 다들 쉽지 않은 모양이다. 또 한 녀석은 중간놀이 시간에 진을 다 빼고 왔는지 정신이 반쯤을 나가서 학습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사실 이 단원 학습을 힘들어 하기도 했었던지라 더욱 그런 모습이었다. 옆에 딱 붙어 도우미선생님이 도움을 주지 않았떠라면 오늘 학습을 다 따라가지 못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수학 수업은 놀이수업으로 다음시간에 더 완결을 짓기로 했다. 오늘은 아이들이 자란 지점과 아직은 가야 할 지점이 동시에 드러난 모습을 본 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라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또 믿고 앞으로 가야겠다 싶다. 늘 그랬지만, 아이들은 늘 자라고 있고 꽤나 빠르게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더디게만 보이기도 한다. 어느 지점이든 그게 아이들 모습이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잘하고 못하는 지점을 파악해 돕는 게 어른일 터. 하루를 보내면서 새삼 그런 지점을 확인했던 날.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30번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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