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지

(2024.8.23.)

by 박진환

오늘은 우리 1학년들이 전교다모임에 공식 참여하는 날. .1학기 때는 일이 있을 때만 참여하고 일상의 전교 다모임은 참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년초이기도 하고 아직 말글이 자유롭지 않은 아이들이 학급에 더 익숙해지길 바랬기 때문이다. 2학기 첫 다모임에서 학년이 섞여 있는 모둠별 활동에서 글자를 읽어야 하는 활동에 아이들은 무난히 참여할 수 있었다. 때때로 언니오빠형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아주 신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학생 수가 부쩍 줄었다. 입학생도 예전 같지 않다. 찾아오는 학교라 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이렇게 오붓하게 한 공간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활동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우리 1학년에게 아름다운 첫 출발이길 바랐다.


오후 수업은 아침에 미처 하지 못한 하루 한 문장 쓰기를 했다. 간단히 한 문장만 쓰려는 아이들에게 덧붙일 생각을 말하게 하고 하나 둘씩 늘이길 바랐다. 다행히도 그렇게 써주는 아이가 있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었다. 9월말까지 가야 하는 긴 일정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며 쓰는 말을 그대로 글로 담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갔으면 했다. 뒤이어 <맨 처음 글쓰기> 공책을 펴게 했다. 어제 '손'으로 파생어들을 공부했는데, 오늘은 조사가 붙는 단문으로 문장 공부를 해 보았다. 1학년을 맡아 문장을 가르칠 때, 꼭 벌어지는 일이 조사를 홀로 남게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 했다고 나에게 보여준다는 것. 더구나 조사를 맨 앞에 놓는 경우를 너무도 자주 봐서 신기할 정도다.


물론 나도 예전 어릴 적 1학년 때는 그랬을 터. 그런 아이들에게 조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 지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알겠다고 하고는 막상 쓸 때는 그게 그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도 2학기 내내 해야 할 작업이다. 끝으로 '손'이 들어가는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게 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스며든다. 재미있는 자기 삶, 안타까웠던 삶, 슬프거나 고민이 됐던 삶들을 이야기 하며 긴 문장으로 쓰게 했는데, 다행히도 쓴다. 아직은 시작이고 고칠게 많지만 처음은 다 이렇게 시작하는 게 아닌가?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다모임도 긴 글 쓰기도 처음이었던 우리가 만난 173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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