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이 있으니까

(2024.8.26.)

by 박진환

지난 2주 동안 국외연수에 1박 2일 교사모임 연수로 보냈던 터라 주말은 거의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몸도 마음도 그리 가볍지 않았지만, 학교만 아니 교실만 들어오면 일에 매달리게 된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신 나는 목소리들. 차를 타 주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을 말하게 했다. 그리고는 바로 하루 한 문장을 쓰게 했다. 이제 어느덧 문장으로 이행하는데는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집중해서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한 문장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어린이 시 따라쓰기>로 잇게 했다. 오늘의 제목은 유치원 아이가 아마도 입말로 말하고 교사가 대신 써 준 이른바 '마주이야기'형식의 시인 듯 보였다. 아이들은 어떻게 유치원 아이가 이렇게 쓸 수 있냐며 놀랜다. 나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 보라는 식으로 둘러쳤다. 시의 제목은 '엄마, 웃으면서 자'


엄마, 웃으면서 자

이*아


엄마, 웃으면서 자.

잠자는데 어떻게 웃어?

그래도 웃고 자, 그래야지

얼굴이 안 찌그러져.


재밌는 입말시에 아이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웃으며 낭송하고 암송을 한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우리 엄마, 아빠도 얼굴을 찡그리며 잘 때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님을 보고도 시를 쓰면 이렇게 된다고 하니, 자기들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단다. 다음에는 엄마랑, 혹은 아빠랑,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동생이라 대화를 나눈 눈 것을 시로 쓰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가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다음으로는 <맨 처음 글쓰기> 공책을 꺼내 두 번째 이름씨인 '발'을 공부하는 시간. 벌써부터 아이들은 공책에 발을 대며 그려야 하냐고 설레발을 친다. 막상 그리고는 못 생겼다는 둥, 잘 안 된다는 둥, 발이 커서 다 안 들어간다는 둥 난리다.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친 뒤에 발의 파생어를 말해보게 했다. 발자국, 발톱, 발목, 왼발, 오른발, 발 짓 , 발바닥, 발 등 따위의 13가지 파생어를 확인하고 낱말을 다시 칸에 옮겨 쓰게 하고 발에 조사가 붙은 단문을 쓰고 익히게 했다. 역시나 지난 한 번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운 듯 헤매는 아이들이 많다. 이것도 한 달이면 어느 정도 틀이 잡힐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다지 걱정은 들지 않았다. 일단 한 달 뒤에 판단할 생각이다.


중간놀이 시간이 되었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교실 밖을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물었다


"너희들 왜 교실 밖에는 안 나가? 이제 안 나갈 거야?

"네, 다락방이 생기니까 안 나갈 거예요."


다락방 때문에 당분간 교실에 머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음...아마도 한 달이 지나면 아이들은 대부분 다시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 또 그래야 하고.


오늘의 마지막 블록시간은 수학. 오늘은 10을 한 묶음으로 해서 십의 자리를 확인하고 낱개가 일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자릿수 개냄을 익히기 위한 마무리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이를 위해 연결모형으로 가위바위보 놀이를 했다. 가위로 이기면 10개, 바위로 이기면 5개, 보로 이기면 3개로 연결모형을 이어가 두 바퀴 정도 돌아갔을 때, 얼마만큼 연결 모형을 챙겨 몇 묶음 낱개 몇 개로 수를 만들어 읽어낼 수 있느냐로 했다. 대결은 선생님과 아이들 전체가 하나가 돼 시작했는데, 역시나 아이들은 이런 놀이에는 몰입을 한다.


첫 번째는 내가 이겼고 두 번째는 내가 적당히 져 주어 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묶음과 낱개, 두 자리 수의 자릿수 개념을 익히게 됐다. 교과서로 다시 확인하고 한 개 더 많고 한 개 더 적은 수를 확인하는 지점까지 이르자 어느덧 점심시간이 됐다. 오늘 계획했던 것보다는 적게 활동을 하고 마친 게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놀이를 즐기면서 학습목표에 도달한 것 같아 그것으로 만족했다. 다음 주에는 우리 반에 새 친구가 온다고 한다. 아쉽게도 전학을 간 친구가 있었는데, 새 친구가 온다고 좋아들 한다. 다만 남학생이라 적은 수의 여학생들은 아쉬워 한다. 여학생으로 바꿀 수 없느냐고 말하기까지 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7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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