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마음

(2023.04.10.)

by 박진환

짐작한 대로 오늘의 옛이야기 '정신없는 도깨비'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1학년 아이들 만날 때마다 여러 옛이야기 가운데 정신 없는 도깨비는 어이없고 바보스러운 착하기만 한, 하지만 건망증이 심해 안타까움도 동반하는 이야기여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데는 제격이다. 더구나 두 가지 추임새가 있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아무개야, 아무개야. 짝! 짝"


도깨비가 주인공 아무개를 부르며 빌리거나 갖다주겠다던 물건을 갚거나 갖다 준 것을 잊고는 날마다 더 주고 더 주어 살림을 거덜래 하늘의 벌을 받으러 올라갔다는 이야기. 아침부터 어이없이 웃던 아이들과 월요일 아침을 편안히 시작할 수 있었다.


첫 수업은 무리짓기 수업. 저학년 통합교과 수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리짓는 수업, 일명 분류하기는 봄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교과서 맨 뒤에 붙어 있는 카드를 뜯어 흩어 놓고 자기 기준을 세워 나름 해석해 주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시켜 보았더니 정말 제 각각이었다. 조금 다른 것은 다른 학교에 있을 때는 공통점들이 많았는데, 이번 아이들은 정말 각기 달랐다.


일반적으로 동물, 식물, 곤충으로 나누는데, 이렇게 무리를 지은 아이는 한 명 밖에 없고 다른 아이는 다 다른 기준이었다. 꽃모양이던지, 잎의 생김새, 색깔까지 나름 기준을 세워 하다보니 어떤 카드는 짝을 짓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방황하고 기준을 세우지 못해 일반적인 기준으로 나눠 보게도 하였다. 아이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알아보고 기르는데 적절한 이 활동을 뒤로 하고 '씨앗'에 대한 공부를 또 해 보았다.


오늘의 그림책은 곤도 구미코의 <톡, 씨앗이 터졌다>였다. 세상 온갖 씨앗들의 향연을 보는 듯한 그림이 가득한 씨앗 관련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은 또 저마다 아는 체를 한다. 내가 봤던 것, 들었던 것, 직접 만졌던 것까지. 씨앗과 관련한 바람과 물, 날씨, 곤충까지 그림을 보면서 말똥 말똥 해져가는 아이들 눈을 바라보는 것도 교사로서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참, 이런 순간은 좋은 데 말이다. ㅎ 씨앗 수업은 이렇게 보내고 곧 '봉선화'씨를 텃밭에 심어 길러 볼 예정이다. 다음주 20일에는 인근 영인산 산림박물관을 방문하여 씨앗의 세계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예정이다. 그날이 첫 아이들과 나서는 소풍날이기도 할 것이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로 이어진 수업에서는 그림책 강경수의 <춤을 출 거예요>로 아이들과 자유로운 춤을 즐기는 한 아이가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는 그래서 우리도 무언가를 자유롭게 만나고 즐기면 결국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그림책.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은 이런 메시지보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이의 얼굴 모습과 몸 동장, 그림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지현 작가의 <그림책 예술교육>에 나오는 활동을 따와 나도 아이들에게 그림책 그림처럼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게 하고 교실 곳곳에 붙여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고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이내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 교실 곳곳에 붙이자 재미를 느꼈는지, 한 장 더 해보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올해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그림, 음악, 몸짓으로 예술을 만나고 연극과 같은 작품으로 자신을 달리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오늘 그 첫 시작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해 보았다.


오늘 아이들이 숙제를 해 왔다. 첫 숙제를 다 못한 아이도 있었고 해 온 숙제에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조금씩 한 발 씩 차근차근 나가다 보면 속이 꽉 찬 아이들로 자라지 않겠나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아이들과 만난 마흔 번째 날이었다. 1/10이 훌쩍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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