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트 구석에서 몸을 풀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슬 퍼렇던 스매시는 약해져 있었고 한발 늦게 움직이며 겨우 공을 받아내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공을 끝까지 봐, 끝까지."
그는 여전히 지휘자처럼 구령을 붙였다. 하지만 공이 네트를 넘어오자 발이 느려지고 라켓이 허공을 스쳤다. 순간 그는 휘청거렸다. 나는 라켓을 붙잡았다.
"괜찮으세요?"
숨이 가쁜 듯 그의 가슴이 요동쳤다. 하지만 그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에이 별것도 아니야, 나 아직 안 죽었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지만,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후배들이 모여들자 그는 오히려 더 큰소리쳤다.
"뭘 봐, 아직 나, 코트에서 안 밀려나, 너희가 따라오기 전까진 못 내려간다."
그 말에 모두가 억지로 웃었지만,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그날 훈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벤치에 앉아 딸을 훔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물을 건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코트에 서긴 했지만, 예전의 그분은 이미 조금씩 멀어지고 있구나.'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탁자 위에 놓인 라켓을 오래도록 만지작거렸다.
코트 위에서 휘정거리는 대장 아저씨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괜찮다'는 그의 말은 오히려 더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그는 언제나 나보다 강했고 든든했고, 한 치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네트를 넘는 공 하나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그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했다.
'만약 그가 다시 쓰러진다면?'
'만약 코트에 서지 못하게 된다면?'
생각만으로 숨이 막혔다.
나는 그동안 그를 단순한 스승으로 여겨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이 감정은 단순한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의 부재는 단순히 한 사람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버팀목이 무너지는 것과 같을 거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책상 위에 놓인 원고 뭉치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나에게 글을 쓰라고, 문장을 빚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글자보다 한 사람의 호흡, 한 사람의 걸음걸이에 더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뛰었던 코트의 흙냄새, 그가 웃으며 건네던 막걸리 한잔의 온기.
후배들과 어울리며 호령하던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작스레 날카로운 칼날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저 바랄 뿐이었다.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되기를,
공이 네트를 넘고, 그가 다시 웃으며 나를 호통칠 수 있는 그 순간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