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병실은 묘하게 공허했다.
기계음이 주기적으로 울렸고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
며칠 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그는 한결 수척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왔구나."
목소리는 여전히 굵었지만, 힘이 빠져 있었다.
"네, 걱정했어요. 왜 그렇게 무리하셨어요?"
나는 애써 차분히 물었지만,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다.
술과 훈련, 그리고 끝없는 자기 몰아세움, 그는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혹사는 걸까.
그는 잠씨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한테는... 괜히 창피하다. 내가 뭐라고, 나이 들어서 이 꼴을 보여주고, "
"창피하긴요. 아저씨는 충분히 잘해오셨어요."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경찰로도, 테니스 선수로도 그런데... 왜 자꾸 자기 몸을 못 살리세요?"
그는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엔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내가.... 서장으로 퇴임했더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야."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지막까지 올라가고 싶었는데, 거기서 잘려나가더라고,
남들은 다 웃으면서 '충분히 잘했다.' 하겠지. 근데 나는.... 못 이룬 게 계속 마음에 걸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좌절이 뼈에 새겨진 듯 전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힘겹게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너한텐... 진짜 잘해주고 싶었어, 네가 처음 테니스 라켓을 쥐던 날,
그 눈빛이 아직도 생각난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눈빛 그게 나한텐.... 다시 살아난다는 느낌이었어."
내 가슴이 뭉클하게 저려왔다.
"저도 아저씨한테 배워서 많이 달라졌어요. 테니스뿐 아니라... 사는 것도요."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
'고맙다. 네가 있어서... 내 남은 시간이 덜 외롭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애써 삼켰다.
그의 말은 고백처럼 유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남은 시간 많아요. 더 건강해지셔야 해요.
다시 코트에서 저를 도와주셔야지요."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피곤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시 코트에."
하지만 그의 어깨에 내려앉은 무거운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봄 햇살이 코트 위로 내려앉았다.
파란 하늘 아래, 새로 정비된 코트의 잔디 바닥이 반짝였다.
대장 아저씨는 오랜만에 라켓을 움켜쥐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다시금 활기가 돌았지만. 어깨의 긴장과 걸음걸이엔
예전 같지 않은 흔들림이 묻어 있었다.
"자, 기본자세부터 다시 간다."
그는 후배 경찰들에게 호령하듯 외쳤다.
예전과 똑같은 목소리였지만, 중간중간 기침이 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