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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산의 여행 일기 Apr 26. 2024

풀코스

도전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테니스, 배드민턴 족구등을 보았지만, 팀을 이루어하는 경기이다 보니 꾸준하게 지속 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가 "박 선생님, 운동 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을 건네었다. "어떤 운동인지 얘기해 줄 수 있으신지요?" 하고 답변을 하였다. "박 선생님이라면 저와 같이 마라톤을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그때가 2013년 여름으로 기억이 된다.



안 그래도 내 안에서는 마라톤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축 라톤을 해본 경험은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힐 정도였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살고 있어 퇴근하면 집에 가기 바쁘다 니 운동 연습을 할 시간도  부족하였다.



직장만 다녀도 온몸이 힘들고 만신창의가 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있을지 장담을 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가장 가까운 대회 날자를 찾아보니 2013년 가을에 상암동에서 대회가 있었고 동료와 함께 5km를 신청하였다.

일단 신청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훈련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이며 5km에 대한 감도 오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5km는 걸어서 50분 ~ 1시간 정도 걸리고, 달리면 25분 ~ 30분 정도 된다고 하였다. (일반 성인 기준) 그렇다면 걷지만 않고 달리다 걷다 반복을 하게 되면 1시간 안에는 들어온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리고 대회 날자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가슴이 떨려왔다. 



대회 당일 (2013년 11월 10일 스포츠 서울 마라톤)이 되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속에 출발 신호가 울렸다. 처음 2km는 잘 달렸다. 그리고 숨이 차기 시작하였다. 3km부터는 달리는 것이 힘들었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포기하면 마라톤을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리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피니쉬에 들어오니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고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으며 정식 대회 도전 5km를 무사히 완주하였다.



그다음 연도부터는 대회가 있을 때마다 10km, 하프에 참여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3년에 첫 풀코스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5km를 달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풀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풀코스를 하려면 훈련을 해야 되는데 방법도 모를뿐더러 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면서 나름 풀코스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풀코스를 달려본 경험이 없었기에  딱히 방도가 없었다. 나름 주먹 구구식으로 연습을 하였지만 그것도 혼자서,  그렇다 보니 실력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부딪혀 보는 마음으로 연습을 강행하였다. 1주일에 틈만 나면 장,단거리 주로를 달리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풀코스 마라톤 대회인 서울 마라톤에 접수를 하였고 당첨이 되었다. 이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풀코스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 하나씩 떨쳐내었다.



훈련양이 늘어날수록 대회 날자는 임박 해지고 있었고 5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대회 당일 마라톤 동호회분들과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였는데 이때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과연 5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을까? 아니면 낙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흔들어 놓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한 뒤 출발선으로 이동을 하였고 8시 정각 호각 소리와 함께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였다. 이후 5분 ~10분 간격으로 A, B, C, D조로 출발하였으며 필자는 G조에 속하여 꼴찌 그룹에 속하였다. (조별 순서는 과거 풀코스 기록으로 배정)


                                                      출발 그리고 완주

드디어 내가 속한 G그룹이 출발하였는데 이때 동호회분 중 여성 한분이 첫  출전이어서 그분을 도와 드린다고 페이스 메이커를 하였다. 하지만 10km 쯤 지나자 그 여성분은 벌써 지치기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각자 달렸더라면 하는 생각이 달리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후회 한들 무엇하리 벌써 벌어진 일이 아닌가~~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신설동 방면(하프 지점)을 지날 때부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하였고 이때부터 걷뛰(걷다가 달리다는 것)를 하면서 부터 다리도 아프기 시작 하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간신히 잠실대교 입구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나쳐 온 잠실대교가 아니었다. 차량으로 잠실대교를 건너면 금방 통과하는데, 힘이 빠진 상태에서 잠실대교를 건너려고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원래 다리가 길었던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다리였다. 하지만 이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완주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온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을 가담듬고 절뚝 거리는 다리를 부여 잡고 간신히 다리를 건넜으며 잠실 종합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풀코스 완주를 하였는데 느낌이 5시간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다. 이후 기록을 확인하니 10분 오버되었다.  좋지 않은 기록이었지만 첫 풀코스를 사고 없이 무사히 완주를 할 수 있어 너무나 이었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페이스 메이커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완주 후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절대 페이스 메이커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는 운동선수가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을 때 하는 것인데 필자는 그러한 실력도 안되면서 무모한 행동을 하였으니 목표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감

첫 풀코스 완주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10km, 하프 보다는 2배, 3배로 힘들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 달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되었다. 

서울 마라톤을 계기로 큰 대회에  풀코스에 도전을 하였고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의를 두었으며 벌써 5번의 풀코스를 완주하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달리고 있으며 달리지 않으면 포기하게 되니까 달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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