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by 려산의 여행 일기

만원 지하철에서 배운 배려의 무게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늘 숨이 막힌다.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짊어진 채 같은 방향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만원 열차였다.


차량 안으로 한 할머니가 탑승했고, 잠시 후 젊은 여성이 함께 올라탔다. 혼잡한 상황에서 몸이 스치자, 할머니가 자신을 밀쳤다며 젊은 여성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젊은 여성은 최대한 배려하려 했고 일부러 밀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할머니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말은 점점 거칠어졌고, 둘은 반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결국 젊은 여성이 참고 물러나며 상황은 잠시 잦아들었다.


하지만 지하철이 한 정거장을 더 지나자 또다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그 순간 할머니는 자신의 팔을 둘 공간이 없다며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성에게 팔을 빼 공간을 넓히라고 재촉했다. 젊은 남성은

“저도 너무 좁아서 팔을 뺄 수가 없어요. 보시면 아시잖아요.”

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지만, 할머니는 다시 시비를 걸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조금 전의 젊은 여성이 결국 한마디를 던졌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또 시비 거시네요.”


할머니는 “정말 어이가 없어. 예의 좀 지켜.”라고 말했고, 이에 젊은 여성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예의 있는 어른들에게 예의를 지켜요.”


그 말로 상황은 마무리되었고, 한 정거장을 더 지난 뒤 할머니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탄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저마다의 사정과 피로, 그리고 하루를 살아갈 마음을 안고 같은 공간에 서 있다. 누군가에게는 출근길이고, 누군가에게는 병원 가는 길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을 혼자만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모두의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없다면 갈등은 쉽게 시작된다. 오늘의 장면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단순했다. 불편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두가 함께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했다면

아침의 지하철은 덜 날카로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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