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며

by 려산의 여행 일기

12월이 되면 도시는 자연스럽게 빛나기 시작한다. 거리 곳곳, 지하철역과 광장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익숙한 풍경처럼 받아들인다. 오늘 신정네거리역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멈췄다.

우리나라의 큰 종교 중 하나인 불교의 석가탄신일을 떠올려보면, 이처럼 대규모의 조형물이나 장식이 도심 한복판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부처님 역시 중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지만, 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다.



불교와 기독교 모두 이 땅에 뿌리내린 외래 종교임에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종교적 기념일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계절이 되었다. 트리는 신앙의 상징이라기보다 연말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성탄절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구원을 전하신 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요즘의 성탄절은 그 의미보다 화려한 장식과 소비, 그리고 연말의 들뜬 공기에 더 가까워진 듯하다. 그래서일까, 트리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이 함께 스며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은 여전히 축제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해를 정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만 그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가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지 잠시쯤은 생각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오늘, 신정네거리역의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그런 생각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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