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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 May 10. 2021

돈이란 무엇인가, 코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

A와 B 두 나라가 있다.

A나라, B나라 모두 5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A나라 사람, B나라 사람 모두 1년에 감자를 1개씩 생산할 수 있다. 즉, A나라와 B나라 모두 1년에 감자를 5개씩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A나라에는 100만 원의 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고 B나라에는 500만 원의 돈이 돌고 있다. 그렇다면 두 나라의 감자의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히 A나라는 20만 원, B나라는 100만 원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A나라 사람은 1년에 20만 원을 벌고 B나라 사람은 1년에 100만 원을 벌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B나라 사람이 A나라 사람보다 더 잘 산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단지 B나라 사람이 생산하는 감자의 가격이 A나라 사람이 생산하는 감자의 가격보다 높을 뿐이다. A와 B나라 사람 모두 여전히 같은 양의 감자를 생산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같은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각자가 버는 돈이 화폐로 표시되는 금액만 단지 다를 뿐인 것이다.


이러한 가정의 상황은 현실에서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일어난다. 이를 현실로 끌고 와 생각해보면,

 

A나라는 코로나 이전의 경제, B나라는 코로나 이후의 경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를 겪는 동안 한국의 실물 경제는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 즉 실질적으로 생산해내는 가치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많은 자산의 가격이 급등했다. 코스피는 처음으로 3000을 가뿐히 넘겼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코인 등 각종 다른 자산의 가격도 급격히 상승했다.


여기까지는 비슷하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다. 시중에 풀린 돈이 100만 원(A나라)이 500만 원(B나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 이후에 임금이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올랐는가. 가상의 상황에서는 감자 1개를 생산하고 20만 원을 벌다가 100만 원을 벌 수 있게 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월급쟁이들은 20만 원 언저리를 받고 있다.


대신 감자를 쌓아두고 있던 사람은 뜻밖의 이득을 얻게 되었다. 강남 아파트, 주식, 코인 등을 들고 있던 사람들 말이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 매우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재테크를 잘해서 자산을 불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역사적으로 모든 버블은 사회 분위기를 이런 식으로 바꿔놓았다. 한 사회의 분위기는 많은 부분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주의: 본 게시물은 영화 <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에 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도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처음에는 별거 아닌 증권 샐러리맨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는 연봉 30만 달러, 100만 달러를 받고 있는 괴팍한 상사를 모시면서 갖은 수모를 참는다. 참고 견딘 끝에 드디어 정식 브로커가 되려고 하지만, 그 순간 버블이 붕괴해버리는 바람에 실직자가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벨포트는 생계를 위해 페니 주식을 파는 조그만 증권회사에 다시 취직한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의 주당 몇 센트짜리 주식을 파는 그런 곳이었다. 샐러리에 능했던 그는 쓰레기 주식을 번지르르하게 포장해 많은 사람들에게 판다. 회사에서 판매 대금의 절반을 수수료로 준 덕분에 그는 순식간에 다시 많은 돈을 축적한다.


그렇게 돈을 모은 그는 지인들을 데리고 증권회사를 새로 설립한다. 그만의 샐러리 능력을 직원들에게 전파한 그는 몇 달 새 회사를 배로 키운다. 이때부터 그의 고삐 풀린 생활은 시작이었다.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손에 쥔 그는 술과 파티, 여자에게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마약, 매춘, 폭력…. 온갖 불법은 다 저지르면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급기야 주가 조작에 까지 손을 대면서 억만장자가 되지만 결국 FBI의 표적이 되기에 이른다.



벨포트가 파는 기업의 주식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실물 가치가 전혀 없어도 가격만 오르면 장땡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도 가능했다. 가치가 있든 없든 돈이 계속해서 몰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사도 다음 사람이 더 비싸게 사준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사적으로 모든 버블은 이런 식으로 움직여 왔다. 모든 자산의 가격은 사람들이 그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에 의해 정해진다. 금의 가격이 비싼 것은 사람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에 100만 원 하던 금이 갑자기 500만 원, 1000만 원이 됐다? 그렇다면 금이 1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다음 사람이 더 비싼 가격으로 사줄 거라는 믿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버블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버블의 대상은 금이나 석유, 주식, 부동산에서부터 먼 과거에는 네덜란드의 튤립까지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종이돈(화폐)의 가치 또한 사람들의 믿음에서 시작됐다. 종이돈에 대한 믿음은 역사적으로 금에 기대어 정해졌다. 금은 오랜 시간 전부터 사람들에 의해 가치가 있다고 믿어져 왔다. 원래 장신구로써만 쓰이던 금은 기원전 650년 경 최초로 금화로 만들어진 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널리 사용됐다. 이후 3세기경 이탈리아에서 다시 널리 사용되면서 한때 유럽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종이돈이 생겼지만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가치를 믿지 못했다. 그러다가 1800년대 영국이 “돈 1,000원을 가져오면 금 1g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전에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금에 화폐의 가치를 고정시키면서 화폐를 믿고 쓰기 시작했다.


화폐(종이돈)가 ‘믿음’에 의해 탄생한 허구의 무언가라면 그것 또한 가치가 매번 변하기 마련이다. 앞서 말한 가정에서는 A나라 돈의 가치가 B나라 돈의 가치보다 훨씬 높다. 100만 원으로 감자 5개를 표시하는 것이 500만 원으로 감자 5개를 표시하는 경우보다 훨씬 화폐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B나라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돈이 가치가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는 희소성의 원칙이 작용한다. 즉, 코로나 이후의 경제 상황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돈의 희소성이 떨어져 화폐의 가치도 낮아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제 흐름에 대해서 잘 아는 부자들은 돈을 현금으로 그냥 놔두지 않고 자산 가치의 변동에 따라 부동산으로 넣었다가 금으로 바꾸어놓다가, 미 달러로 환전해놓았다가 하면서 자산의 형태를 달리한다. 월급쟁이들이 가치가 매번 달라지지만(특히 요즘에는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단지 같은 금액으로 표시된 월급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동안 말이다.


<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의 배경도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의 가격은 올라간다. 그러다가 그것이 과열되어 ‘다음 사람이 더 비싸게 사주겠지’ 하는 순간 버블이 형성된다. 쓰레기 주식마저도 사람들에게 많이 팔리는 걸 버블이 크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자기 마음대로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부분은 추후에 영화 <빅쇼트>에 대해 다루면서 자세히 얘기하겠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은 그 나라의 사회 분위기를 많은 부분 결정한다. 버블의 초기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하면서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의 일부는 저축하고 일부는 소비를 해서 경제가 잘 돌아간다. 소비는 기업의 매출이 되고 저축은 기업의 투자 재원이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버블이 생기면서 ‘일확천금’과 같은 말들이 증권가에 나돌기 시작한다. 버블이 커질수록 이러한 말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에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벼락부자’와 같은 말들이 사람들의 귀를 홀린다. 평소에 경제나 재테크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버블 초기 단계에 상승세를 타지만,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뒤늦게 버블의 흐름에 뛰어든다.


이후 버블은 광기로 변한다. 예측할 수 없는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영화에서처럼 주가 조작이나 사기가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매집 세력이 작전을 만들어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것도 이때 자주 일어난다. 그러는 동안 재테크나 투자에 제일 관심이 없었을 것 같았던 사람들도 주식이나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벨포트가 우체부와 청소부들에게 쓰레기 주식을 막 파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보통 버블의 가장 마지막에 들어와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이때는 언제 버블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이다. 주가가 신나게 상승 가도를 달리다가도 한순간에 갑자기 폭락하는 붕괴가 일어난다. 이 붕괴가 정확히 언제 일어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미 경제대공황, 블랙먼데이 사태,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갑자기 일어났다.



버블이 많이 끼여도 그것이 실제로 가치가 있으면 상관이 없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오르거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버블을 우려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는 금방 조정이 일어나거나 버블이 굳어서 자산이 높은 가격에서 고정이 된다. 삼성전자는 그만큼의 수익을 거두고 강남은 실제로 주거 환경이 편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가 20억 원이라는 믿음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과 통한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가치가 전혀 없는 경우다. 17세기에 있었던 네덜란드 튤립 버블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네덜란드에 튤립 열풍이 불면서 튤립 모종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하고 형형색색의 튤립을 볼 수 있는 것은 다 이때 일어난 버블 덕분이다. 당시 희귀한 튤립 모종이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튤립 한 뿌리에 오늘날 가치로 5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물론 아름다운 튤립이 가져다주는 효용도 있겠지만 그 가치가 5억 원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튤립이 5억 원이라는 믿음은 알고 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그 이상의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코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코인은 분명 실물 가치가 있다. 앞으로 각종 디지털 거래의 기반이 될 것이고 많은 부분 지금 은행이 하고 있는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용 가치를 바탕으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인의 가치에 대해 믿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는 현금성 자산을 코인으로 채우고 있고 각 나라 정부에서도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넣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인은 그 양이 한정돼 있어서 희소하다. 이것이 종이돈과는 다른 코인의 매력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중앙은행에서 무한정 찍어내는 종이돈과 달리 코인은 채굴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경우 전체 개수가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는데 현재까지 약 1860만 개가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은 반감기가 있어 4년마다 공급되는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이 반감기가 올 때마다 다음 해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코인들 중에서도 사용 가치나 실제 가치가 없는 코인도 분명 존재한다. 지금 이런 코인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가치가 있다는 믿음보다는 단지 다음 사람이 더 비싸게 살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코인들은 버블이 붕괴되면 곧 정체가 탄로 나기 마련이고 사용가치가 전혀 없어질 경우에는 결국 퇴출될 것이다.



경영학에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가난한 자들은 빚을 열심히 갚을 줄 알고 부자들은 빚을 이용할 줄 안다.”


한창 강남이 개발되고 있을 당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이들을 보고 어떤 이들은 ‘무모하다’, ‘위험하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평은 잘못된 것이었다. 오히려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요즘 부동산 시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타고 말도 안 되는 신도시에 집을 사는 것이 훨씬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정말 그것이 실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사람들이 그것이 실제로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는가,

버블이 지금 얼마나 극심하게 과열됐는가.


이 3가지를 잘 알았던 유대인들은 버블이 올 때마다 떼돈을 벌었고 저명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이 3가지를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해 재산의 90%를 잃었다.


코인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요즘 코인 시장은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강남 아파트가 될 코인이 있고 불장이 끝나면 곧 퇴출될 코인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이 자산 시장 자체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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