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성착취물이 난무하는 한국에서
모두에게 분노를 안겨주었던 n번방 사건,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주동자가 잡혀가고 사건이 끝났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전혀 아니다. 사건의 영상들은 이미 수도 없이 해외 그리고 또 다른 국내사이트들로 퍼졌고 피해자들의 피해는 끝나지 않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불법촬영물에 관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남자화장실에만 없는 작은 구멍들이 여자화장실에만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불법촬영은 남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나, 여성의 피해가 극심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한 걸그룹멤버의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며 사생활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논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사생활이 아니다. 어떻게 카메라설치가 안 되는 룸에서 촬영이 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유포되었는지이다. 옛날에 불법촬영물 피해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시선이 두려워 집 밖도 나가지 못했으며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픔 속에 그 어떠한 공적인 도움조차 없었고 결국 그녀는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영상은 죽지 않고 살아나 해외사이트를 통해 널리 퍼졌다. 결국 피해자는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지우고 싶은 자신의 과거에서,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살고 피해자는 도망쳐야 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우리들은 살아남아야만 한다.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의 사연을 보았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수백 번도 더 죽었다고 한다. 그녀의 방 안 창문에는 창문을 깼다가 다시 테이프를 붙이기를 수백 번... 그녀는 영상이 유포되었던 그 시점부터 이미 죽어있었던 것이다. 살려고 어떻게든 살려고 했던 사람을 죽인 사회,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 실질적 범죄 가해자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여성을 억누르고 피해자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은 변화하지 않는다. 여성의 신체와 정신을 함부로 하고 갈기갈기 찢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정말로 출산율 따위를 걱정해야 할까? 출산율 저하라는 결과보단 그 원인인 수많은 여성혐오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이 수만 명 죽고 나서야 이 사회는 바뀔 것인가? 그렇다면, 변화에 무고한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면, 이미 사회는 바뀌었어야 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에게 칼을 맞았으니까. 결국 모든 것은 핑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일은 나의 일이 된다. 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을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그 폭력을 우리가 선심 써서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언젠가는 당신도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언젠가는 나의 가족이, 연인이, 반려동물과 사랑하는 나의 직업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니까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 미술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있다. '원래'라는 건 없다. 그래, 원래 그렇다는 건 없다. 이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조상과 선대가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후대에 남은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낡아빠진 시스템과 화살들을 정돈하는, 그런 책임이 있다. 사회문제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내 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 기억이 지워질 리가 없다. 누군가가 죽어야지만 바뀌는 사회는 결국 모두를 죽일 것이다. 죽음의 러시안룰렛처럼 우리는 하루하루 죽음 위에 서 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수많은 이들이 성범죄피해를 입고 수많은 가해자들이 성착취물을 만든다. 범죄, 가해자들에게 악마라는 칭호를 달아주며 사회는 그들을 혐오하는 척 추켜세운다. 그들은 절대 악마나 신이 아니다. 그저 추악한 인간일 뿐. 그들은 지질하고 쓸모없는 사회의 쓰레기들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