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
나에겐 어두웠던 시절이 있다. 모두가 그러듯 나에게도 중2병이 찾아왔던 것인데, 그때의 나는 조금 달랐다. 중2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중학교 2학년 마지막 방학, 나는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현실로부터 도피했다는 말이 맞겠지만. 그때의 나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아서 전시회, 서점, 식사 모든 것을 나 혼자 했다. 혼자 가서 맛보고, 눈으로 담고, 외웠다. 그날의 풍경을. 지금도 가끔은 그렇게 산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차분한 인디음악이 듣고 싶었고 아무런 미소도 짓지 않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었다. 일어나자마자 푹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물속에 잠긴 사람처럼 나는 침대 안을 유영했다. 언제나 생각한다. 나는 한 마리의 고래라서 언젠가는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을. 하지만 나는 언제나 잠수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책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변화로 어지러운 세상에 그리고 변화로 어지러운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운동이 나에게 활력을 불어다 준다면 책은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든다. 나는 책이 좋다. 졸리고 재미없을지언정 사람보다 책이 좋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혼자 겪은 이 일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 일상을 카메라로 담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난 독립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유튜버가 되고 싶었다. 나는 때로는 열정적이고 참 화가 많은 사람이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무기력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느낀다. 나는 차분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절에 가면 항상 무언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과 함께 걸으며, 사고하며 나는 다시 살아난다. 때로는 도시의 불빛이 나를 불러 그곳으로 가기도 하지만 나는 역시 자연 속에 은둔해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바닷속 세계를 탐험한다.
이미 아는 곳이지만 한번, 두 번, 백번 더 체크해 보고
모르는 곳이지만 아는 척 탐사를 미뤄보기도 한다.
두렵다는 말은 용기가 되어 탐사대를 조종한다.
거대한 고래를 마주해도, 아주 작디작은 미생물을 발견해도
탐사대는 멈추지 않는다.
바다의 끝을 보겠다는 것처럼 나아간다.
탐사대 안은 소란스럽지만 밖의 바다는 조용히 존재하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