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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05. 2020

1백만 장의 사진첩

아인슈타인은 (이해되지 않을) 일들이 이해가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기억과 생각을 통해서 과거일들이 찍힌 사진첩을 보면서 살아간다. 기억 사진만으로는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범벅된 감정이라는 수단이 기억 사진에 첨가되어 사람의 몸을 떨게 만드는 구조이다. 입 밖으로 계속 중얼거리고 웃거나 우는 사람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도 뇌 속의 사진첩을 보며 하루 종일 뇌 속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감정 기복을 겪는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과거 조상들이 겪은 일이 나의 신경세포에 이미지와 기억들로 각인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나의 기억 속에 조상들과 나의 경험의 기억 사진(무의식적인 기억 사진 포함: 입학식 장면, 첫 만남 장면, 이별의 장면, 여행지 장면, 실패의 장면 등)이 약 1백만 장 저장되어 있다고 가정해본다. 이렇게 사진첩을 보며 희로애락, 고통과 쾌락을 되새김질하면서 느끼는 인간 세계를 종교나 철학에서는 사바세계, 가짜 세계, 마야, 신기루, 꿈, 잠시 여행,  헛것이라고까지 여긴다. 현대인이 페이스북이나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뇌 속에 떠오르는 희미한 이미지보다 더욱 선명한 사진을 계속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같은 관심분야(같은 내용의 드라마, 노래, 사람, 식사, 환경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동일한 사진들을 추가한다. 반면에 의식적으로 오늘 어떤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주제의 드라마를 보고, 새로운 노래를 듣고, 새로운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사진들이 기존 사진첩에 추가될 수 있다. 기억들은 사진처럼 보관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컴퓨터의 클라우드 저장소나 메트릭스 영화의 필드처럼 우리 외부의 공간에 저장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기억을 호출하면,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외부 저장소와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 다시 과거일의 이미지가 오른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뇌과학자들은 우리의 기억이 뇌 속에 저장되지만 사진처럼 보관되는 것이 아니고, 일단 기억이 형성되면 여러 단위로 해체되어 저장되다가 다시 기억을 호출하면 관련 요소들이 다시 결합되어 이미지로 떠오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모든 길이나 건물에 대한 평균적인 기억 틀(internal mode, 플라톤의 이데아와 비슷)이 있고, 특정한 길을 회상하면 평균 틀에 추가적인 내용이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인생을 잘살아보자는 방향과 관련해서 2가지 큰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기존의 사진첩의 노예가 되지 말고 대신 사진첩 내용을 장악해서 나은 인생을 살자는 관점(뇌의 가소성 활용, 성격 변화, 패턴 변화, 프로그램 변화, 소수의 긍정적 기억에 집중, 마인드 컨트롤, 자기 계발 등) 있다. 그리고 현실을 가짜 꿈이라고 보고 아예 뇌 속의 사진첩 인생을 뛰어넘어서 진짜 인간 본성을 깨닫자는 관점으로 크게 구분된다. 후자는  속의 사진첩 살아가기 모드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을 찾아야 한다는 영적인 가르침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가르침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뇌 속에 2개의 방이 있다고 본다. 평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뇌 속에 사진첩의 방이 있고, 그 뒤(장막에 가려짐)에 진짜 인간 본성(영혼, 진아, 우주 의식 등)의 방이 있다는  관점이다. 그리고 가짜인 사진첩의 방에서 진짜 방으로 이동(알에서 깨어나기, 해탈, 깨우침, 꿈에서 깨어나기, 막이 찢어짐, 신의 창작 의도를 들여다보기 등)하기 위해서는 명상, 참선, 기도, 반복 만트라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워도 현실을 인정하고 뇌의 성격 패턴을 고쳐서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이 세상과 현실은 가짜고 허상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영원의 세계와 미리 하나가 되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또한 어느 길도 인간이 원한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세상의 진실을 이해하고 행복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나 현실을 보면, 죽음이라는 대 전제를 피해 갈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검증할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여러 관점과 주장들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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