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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07. 2020

소파

보통 소파 크기가 미적 관점을 강조한 이유로 한국인의 체형에 비해서 약간 크다고 느껴진다. 집에서 체형보다 큰 소파에 오래 앉아 있기가 어려워서 소파 위에 눕거나 비스듬히 앉게 된다.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소파에 옆으로 누운 자세로 과자를 먹거나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좋지 않은 자세가 지속되면 당연히 척추 건강에 좋을 이유가 없다. 필자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 가급적이면 소파에 등을 대고 바닥에 앉아서 본다. 집에는 20년 전에 구입한 미국 사이즈의 큰 소파가 있다. 꽃무늬가 있는 천 소재의 소파이다. 식구들이 늘 소파 덮개를 씌워두어서 아직도 새것처럼 깨끗해서 교체할 수가 없다. 앉아서 발바닥이 거실 바닥에 닿지 않고, 무릎에서 허리까지 길이가 약 15cm 정도 길어서 여러 쿠션을 빈 공간에 넣어 보지만 잠시 후면 허리가 불편하다. 공원의 벤치나 도서관의 의자는 우리 체형에 맞아서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하고 나무의 딱딱함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공원이나 거리에 설치된 나무벤치를 볼 때마다 편한 기분이 들고, 저 벤치가 집의 거실에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소파를 제작 시에 한국인의 신체 조건에 맞도록 무릎과 척추까지의 길이를 줄이고 발이 바닥에 닿도록 짧게 제작한다면 좋겠다. 물론 그럴 경우 서양 소파에 비해서 약간 소인국의 소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학창 시절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 때,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 도서관 종료시간까지 계속해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도서관을 나설 때 뿌듯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만약 도서관 의자가 1인용 소파처럼 크고 불편하다면 30분 이상 바르게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몸의 자세를 수차례 수정해야만 한다. 푹신하고 큰 소파나 의자들이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고 요추 디스크를 일으키고, 이어서 목디스크를 야기한다. 나무처럼 약간 딱딱한 재료를 사용해서 발이 바닥에 닿고, 무릎에서 허리까지의 거리와 맞게끔 소파나 의자가 제작되면 좋겠다. 오래전에 군대에 갔을 때, 보급된 군화가 내 발보다 커서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적은 발을 큰 군화에 맞추어서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내 몸보다 큰 소파를 교체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우리 조상들처럼 방바닥에 앉아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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