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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05. 2020

모두를 위한 사회의 질적인 발전

배려와 돌봄의 가치 지향


경제적·사회적 발전은 바람직하다. 가난한 나라가 부유하게 되고 많은 사람이 발전의 혜택을 보게 된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 부자 그룹 약 1%가 전체 국가·사회의 자산을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또한, 수출도 늘고 경제는 발전하는 데도 빈곤층은 여전히 가난에 머물고 있다. 아프리카, 남미 등 빈곤국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다. 경제적 난민으로 부자 나라를 향해 목숨을 걸고 비참하게 나아가는 행렬을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지중해 해변에서 멋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로 같은 지중해 건너편 바다에서 시리아나 리비아의 난민들이 바다에 빠져 죽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현대에는 과거보다 경제가 발전했고 인류가 오랜 세월 경험했던 극심한 기근에서 해방되었으나, 부의 분배에서 상대적인 불평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주요 경제 통계수치인 1인당 국민소득도 한 국가의 1년간 부의 총액을 단순하게 전체 인구수로 나눈 평균치이기 때문에, 빈곤 계층의 실제 소득이나 삶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엔이나 각국의 지도자들이 인간을 위한 발전(development with human face)을 주장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발전의 가치가 골고루 분배되고, 경제발전의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우선시하는 인간 위주 발전의 가치는 그 자체로는 매우 숭고하다. 그러나 경쟁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실천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과거 필자가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영국 총리를 지냈던 토니 블레어는 “총리 시절에 법과 정책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만들어진 법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문제임을 알았다”라고 총리직을 끝낸 후에 언급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균형적인 발전을 목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탄생한 지 74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대부분 나라에서 빈부 계층 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점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은 모든 인간을 위한 질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있다. 전 세계에 약 189개 국가가 있지만, 북구 3국,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등 소수 국가만이 모든 인간을 위한 발전 실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다. 2019년도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2위로 전세계적 기준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 의료보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여타 사회복지 수준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한 논의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인간을 위한 발전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속성(부익부 빈익빈), 막대한 국방비, 의료비와 교육비 등으로 인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인간을 위한 사회의 질적인 발전은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 사회의 경우, 외적으로는 지난 40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개도국들의 선망을 받고 있고 선진국들로부터는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의 내적으로는 치열한 입시 및 취직 경쟁, 타인 불신, 계층 간 및 세대 간 갈등 등 많은 부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러한 대립과 갈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가치체계가 포용, 배려와 돌봄의 가치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공동의 배를 타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경쟁과 대립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의 질적인 발전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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