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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29. 2020

부정적인 심리 패턴 극복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오랜 세월 위험한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일이나 긍정적인 사건보다는 고통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포식 동물의 공격, 식량부족, 극심한 기후, 전쟁, 노예제도, 빈곤, 역병, 조기 사망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수십 만 년 동안 외부로부터 고통스러운 단기적 자극이 반복됨에 따라, 어느 순간에 인간의 뇌 속에서 고통의 자극과 쾌락이 상호 동일시되는 착각이 일어났다고 한다. 기쁜 순간이 적은 환경에서 반복적인 단기적 고통이 쾌락으로 잘못 수용되었다. 따라서 인간은 매사에 점점 더욱 강력한 자극을 선호하게 되었고, 단기적인 고통 선택(선호)이 인간 행동의 보편적 패턴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부정적이고 역설적인 심리 패턴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인류에게 형성된 이러한 역설적인 심리 패턴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21세기의 인간들을 매우 힘들게 한다. 예를 들면 흡연, 음주, 마약 등은 몸에 위험한 질병을 일으키는 장기적 고통의 원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아니라 쾌락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끊기 어렵다. 또한, 부부나 동료 등 친한 사람들 간의 사소한 오해나 긴장 관계도 장기화하면 장기적 고통을 주는 원수 관계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 적대감과 긴장감이 자존심 유지라는 일종의 쾌락으로 잘못 받아들여져서,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하지 못한다. 문제는 반복적인 단기적 자극·고통·쾌락 추구 패턴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힘겨운 생존 경쟁 속에서 인간의 뇌가 발달해 오면서 평균적으로 즐겁거나 기쁜 일이 별로 없었던 탓에,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사건이나 감정 처리에 매우 미숙하다. 그래서 기쁘거나 좋은 감정은 금방 사라지고, 나중에 그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려고 해도 잘 안된다. 아빠가 퇴근할 때 어린아이가 웃으면서 반겨주면 아이가 잠시 천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잠시 후에 아이가 울면서 고집을 부리면 천사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원래 악동의 이미지로 교체된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그 이유를 "인간의 생화학적 기제 장치가 수세대를 거치면서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적응해 왔을 뿐이지, 행복을 위해서는 적응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보았다. 이처럼 늘 발생하는 불쾌하고 부정적인 일들은 뇌 속에 강력한 패턴으로 정착되어 있다.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스스로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괴롭힌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하루 평균 6만 개의 생각을 하는데, 대부분은 큰 의미가 없는 무의식적인 생각들이다. 약 2천 개의 구체적인 생각들을 반복하는데, 그중에서도 약 20여 개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람의 의식을 지속해서 지배한다. 물론 지배적인 생각들 대다수는 걱정·불안·염려들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사고 패턴의 지배도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는 역설적인 심리 현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인간 마음의 기제 장치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주관적인 기준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바꾸고, 나 중심에서 타인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꾸고, 뇌와 이성만의 생각을 가슴과 심장의 생각으로 조절하는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뇌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필자의 뇌의 특성 글을 참고 바람).      


인간에게 유전된 부정적인 심리 패턴이 운전할 때도 나타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운전할 때 평소 자신의 성격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깊은 심리 영역에서는 간혹 갑자기 다른 차들이 모두 정글 속에서 만나는 공격적인 야생동물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행인들이 안전운전을 위해서 피해야 할 대상이며, 나무나 다른 방해물처럼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토머스 홉스가 주장한 사회계약 이전의 자연 상태를 묘사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현실화하는 순간이다. 운전하면 이상하게 참을성이 약해진다. 사소한 교통 위반이나 나의 운전에 방해되는 행동이 보이면 참을 수 없게 된다. 속으로 '운전이 형편없군, 초보야, 너무 느려’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 운전자를 비난하거나, 차의 창문을 내리고 서로 말싸움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내려서 싸우거나 상대 차를 쫓아가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차에서 내려서 다시 걸어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온순한 사람으로 변한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운전자가 조급하게 운전을 하면, '뭐 저런 운전자가 다 있어'라고 비난한다. 또한, 보도나 좁은 길을 걷다가 앞서가는 사람이 느리게 걷거나, 반대 방향에서 내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나를 신속하게 피해 가지 못하고 한동안 몸을 좌우로 흔들며 내가 먼저 양보해 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 사실은 나도 몸동작이 둔해서 미리 피하지 못했는데 상대방을 둔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쇼핑하러 가서 주차건물에 들어가면, 쇼핑몰 입구에서 가까운 자리 또는 가까운 층이 로열석으로 느껴진다. 혹시 그쪽 빈자리가 있는지 신경이 곤두서고, 서로 입구 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전쟁이 벌어진다. 입구로부터 조금만 떨어진 곳이나 다른 층에는 빈 주차 자리가 많지만, 입구에서 가까운 쪽에 주차를 못 하면 마치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3, 4등을 한 것처럼 생각된다. 또한, 쇼핑을 마치고 쇼핑카트를 밀면서 차로 돌아갈 때면, 내 주차 자리에 주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있다. 이럴 때는 평소보다 차까지 천천히 걸어가게 되고, 차 트렁크에 물건을 싣는 동작도 느려지게 된다. 기다리는 운전자는 천천히 물건을 싣고 떠나려는 나의 몇 분 동안 느린 행동이 마치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모두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과 정신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9년 사랑의 전화 상담 백서에 따르면, 2019년 2,503명의 상담 건 중에서 20.3%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했고, 정신건강이 한국인의 고민 1위라고 조사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불쾌하고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각자 알게 모르게 다양한 심리적 방어 수단을 활용한다. 부정적 감정의 억제와 회피, 무감각한 태도, 자기 합리화·포장·위장, 흡연·음주·약물 의존, 분노·폭력 행사, 수치심·자책, 추상적 이념과 이상의 추구, 돈·권력·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심리적인 방어 수단들이다. 그러나 어떤 방어 수단도 완벽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이 중독에서 저 중독으로 전전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겉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데에도 매우 익숙하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도 사실상 마음의 아픔을 회피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방어 수단이다. 칼 융은 사람이 1,000개의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고 보았다. 겉으로 강하게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아픔이 있고, 문제가 없다고 하는 말속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이 원래 공통으로 부정적이고 역설적인 심리 패턴과 심리적 방어 장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사람이 유사한 심적인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나의 고통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의 개별적 아픔이 인류 공통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부정적 패턴뿐만 아니라, 공동체 유지를 위해 협조하고 서로 아끼고 사회적 규칙을 지키는 속성도 있다. 이점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내가 힘들더라도 인간에게는 공통으로 부정적 패턴뿐만 아니라 사회유지 속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으로 인해 타인이 추가적인 정신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만이 개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며, 이 점은 수많은 현자가 오래전부터 알려주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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