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풍 Aug 21. 2023

기계화 중인 호모 사피엔스.


1.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2.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치라, 3. 아버지 이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이처럼 신약성경을 읽다 보면 인류의 스승이자 신의 아들인 예수님이 한 말씀 중에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말들이 많다. 호모 사피엔스가 언제 어떻게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으로부터 분리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최근 DNA 분석 기술 발달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크로마뇽인이 가장 오래된 형태의 인간은 아니다. 그러나 35만 년~1만 년 전 구석기 후기 시기에 존재했고 약 3만 5천 년 전의 화석이 발견된 크로마뇽인이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아직까지의 통설이다. 이들에게는 나와 주변을 파악하는 인지 능력이 생겼고, 불과 언어가 사용되면서 소위 인류 문명이 태동하였다.

현생 인류인 우리에게는 분명히 장점과 약점이 함께 존재한다.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켜 인류의 수명을 30세에서 100세로 늘려가고 있는 점,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통해서 전 세계 인류를 24시간 연결시킨 점,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 개발, 유전자 게놈을 분석하고 유전자편집, 줄기세포 치료, 장기재생 등 역노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보편적인 인권을 증진하고 있는 점 등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가 수만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약점이 계속 존재한다. 분노와 증오, 존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분리와 비교, 다툼과 갈등, 오만, 물질에 대한 집착, 설탕과 소금 음식에 대한 과식욕구 등은 인간에게 내재된 단점이다. 처음에는 영혼이라도 꺼내 줄 것 같이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고 심지어 증오한다. 내가 남을 비난하지 않을 순 있지만, 남이 나를 비난한다면 참을 수가 없다. 이처럼 어떤 상황들은 사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상황을 참지 못해서 내리는 성급한 결정은 전체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이처럼 미래의 해골인 인간은 전체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처럼 늘 후회한다. 고치려고 해서 고쳐지는 것도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의 종에게 이미 설정된 기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칼 융은 인류 전체의 집단 무의식으로 보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인류에게 공통으로 있는 단점을 홀로 극복하면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인들이 살아갈 세상은 깊은 산속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직 성인이 못된 대부분의 사람들하고 섞여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수천 년간 다양한 종교와 철학을 통해서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자기 발서들이 나름대로 혁신적인 수양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행복과 평화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성공했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각자의 삶이 훨씬 더 평화로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람들이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은 달성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한편으로는 엄청난 과학과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 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모든 인간이 더욱 불행해지고 서로 싸우고 오해가 늘어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마치 전체 우주가 조그만 완두콩 크기에서 빅뱅 이후 현재 크기로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처럼, 인류의 마음도 외형적으로는 부풀려지고 있지만 사람들 간의 사이도 별들 간의 간격이 멀어지듯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물론 그 자체로서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상당 기간 인류 사회를 지탱해 왔던 윤리와 도덕마저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나 어른, 교사에 대한 존경심 마저 없다. 반대로 자녀에 대한 사랑도 왜곡되거나 점점 차가워진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평균적인 노동과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렇지만 수천 년간 지속되 온 인간의 공통적인 심리적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기 싫어하고, 로봇 애인과 로봇 동물을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 스스로 기계와 동조를 하고 기계적인 관점과 행동을 확장하면서 스스로 인간성을 거부하는 문명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인간의 심장과 신장을 마음대로 교체하고 150세까지 살게 되고, 로봇 애인이나 로봇 친구들과 함께 놀 날이 다가올 것이다. 마치 전기밥솥과 전기세탁기가 아궁이에서 불을 때어서 밥을 하던 것과 빨래터에서 하던 빨래를 대체하였듯이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터가 사람 친구를 대체할 것이다. 인간이 점점 기계와 같은 습성을 보이면서 원래 호모 사피엔스가 가졌던 심리적 약점도 잊힐 것이다. 그때쯤 되면, 사람 사이의 사랑이나 용서, 배려라는 개념이 전설의 시기에나 존재했던 일로 양피지로 둘둘 말아진 오래된 책 속에서나 발견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 신이 된 인간>에서 인간이 급속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호모 사피엔스 단계를 넘어 스스로를 불멸과 창조의 존재(transhumanism, dataism 활용)되기를 바랄 것으로 전망한다. 필자는 대부분의 인간이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스스로 인간 로봇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5년도 안되었지만, 벌써 전체 인류의 삶의 방식과 생각의 틀을 기계적으로 정형화시키고 있다. 소수의 선한 디지털 통치자들이 등장하여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유지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물질적 생존을 허물기 전에 과학의 무분별한 발달이 인간의 정신적인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이전 10화 감정을 존중하며 현재를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