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풍 Aug 18. 2023

감정을 존중하며 현재를 살기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스토아철학과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삶에 대한 대조적인 입장을 보인다. 스토아 철학에서 인간관과 윤리관은 이성주의와 금욕주의이다. 신적이성이 우주와 자연을 지배한다는 인식하에 인간을 신적 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우주적인 신의 일부로 인식한다. 인간이 자연과 마찬가지로 이성법칙에 따라 사는 것이 본성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비이성적인 부분인 감정, 욕구, 정념을 이성의 지배하에 두고자 금욕주의를 강조하였다. 반대로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 철학은 인간의 감정을 포용한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본성이 있다고 보고,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행복한 삶으로 여겼다. 물론 마음의 평화를 깨는 지나친 쾌락이나 향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쾌락은 역설적으로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평정상태(아타락시아)란 육체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불안이 없는 상태이다. 두 가지 철학 모두 행복을 추구하지만, 스토아 철학은 감정을 억제하는 금욕주의를 택하고, 에피쿠로스 철학은 감정을 포용한다.

사실 인간의 역사에서 보면, 대부분의 시기에 이성적인 태도를 중시하였고, 감정을 자제하도록 하는 문화가 주류였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이성적인 존재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주장하려면 감정이 동물적 특징으로 폄하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온 우주에서 오직 인간만이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성의 사촌인 지능(intelligence)을 기계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1950년에 앨런 튜링은 소위 '튜링 테스트(이미테이션 게임)'를 제안하였다. 튜링 테스트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머지않아 등장할지 모르는 일반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전체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을 위험성마저 있다. 일반인공지능이 초지능 또는 인공의식을 얻게 되면,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말하고 싶은 점은 인간뿐만 아니라 기계인 인공지능도 독자적인 지능을 확보하게 된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하게 능가할 수 없는 분야가 감정의 세계가 될 것이다. "너무 감정적인 사람이야, 그런 감정도 억제 못해"라는 비난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리라 믿는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해도 인간이 가진 묘한 사랑의 감정, 흥분, 배려, 긴장, 두려움이라는 감정상태를 구현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인정받는 시대가 오리라 믿는다. 지능적인 일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에 땀을 나게 하는 축구나 야구경기,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누구나 매 장면마다 긴장과 흥분 속에서 눈 앞에 전개되는 장면에 몰입한다. 이성적 판단은 사라지고, 탄식, 흥분, 분노, 연민의 감정만이 난무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영화를 볼 때 현재의 장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장면을 회상할 시간이 없다. 매 순간 지금의 장면에 집중한다. 명상이나 마인드 컨트롤에서 추구하는 현재에 집중해서 사는 방법은 바로 경기장이나 영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실제 인생에서도 매 순간에 집중하고 경탄하고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드러낸다면, 그것이 바로 현재를 사는 방법이다. 경기장이나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삶의 환경 속에서 극적인 스토리를 매순간 느끼는 사람은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세밀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적인 삶이다. 타인을 의식하면서 감성지수(EQ)나 공감력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타인을 해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이전 09화 과거에 반응하지 말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