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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20. 2024

정신의 개기일식(동영상).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일직선으로 놓여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다.

(한겨레 신문 2024년 4월 2일 자 기사 사진) 지구와 달이 각자의 공전 궤도를 돌다가 어쩌다 한 번씩 태양과 함께 일직선상에 놓이는 상이다. 개기일식을 생각할 때마다 정신세계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각과 감정이 마치 지구와 달처럼, 태양에 비유되는 인간의 영혼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평소에는 생각과 감정이 영혼이 일으키는 영감과는 다른 궤도를 돈다. 생각과 감정 자체도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정신 속에서 영혼, 생각, 감정이 각자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면, 그 사람의 정신 상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마치 개기일식 때처럼, 영혼, 생각, 감정이 혼연일체가 되어 작용한다면, 우리의 정신은 평화를 맛볼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엄청난 에너지를 동원해서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생각, 의지, 행동이 균열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이루어질 수가 있다. 우리의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일체감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줄어들고, 자기 분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카프카의 <변신>, 이상의 <날개>, 채만식의 <오발탄>이나 디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등의 문학작품에서 혼란스러운 정신상태가 느껴진다. 생각과 감정, 그리고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일관성이나 진정성이 점점 줄어들고, 원래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잘못 표현된 감정을 합리화하려고 애쓴다. 로봇은 일단 어떤 지시가 내려지면 그대로 이행한다. 사람이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한다는 것은 마치 로봇이 지시 패턴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 커피 주문 스위치를 눌렀는데 홍삼차가 나오는 것과도 같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에 가속이 붙는 것과 같다. 이처럼 생각과 행동, 생각과 감정이 자주 불일치하게 되면, 불일치 패턴 자체가 굳어지게 된다. 거짓말도 한두 번 하다 보면, 나중에는 거짓이 거짓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늘 주시해야 한다. 명상이나 마음 챙김이 추구하는 목적은 자신의 마음과 몸, 그리고 주변 상황을 늘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기 위함이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이미 오래전에 많은 불일치 패턴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잠시라도 마음의 고정 패턴을 주시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그러한 패턴이 바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행동한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나중에 설명해도 남이 믿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서 규칙적인 생활과 자기 관찰에 매진하였다.

이 점에서 생각해 볼 점이 또 하나 있다. 우리가 흔히 서양 문명을 개인주의라고 부른다. 개인주의 예를 들어보자면, 서양 사람들은 아무리 추워도 자신이 덥다고 느끼면 반바지 차림으로 다닌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서양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고 있다. 개인주의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기주의란 공공질서를 무시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라고 착각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사회적 규범과는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오해하게 된다. 생각, 의지, 행동을 일치시키는 정신의 개기일식을 경험하는 것이 사회화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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