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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Aug 17. 2024

비노인 시절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오늘은 내가 이 세상을 방문한 지 23,725일 째이다. 사실 내일이 생일이지만, 필자에게는 오늘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오늘은 65세 노인 그룹에 속하기 전의 마지막 비노인 상태의 날이기 때문이다. 65세부터는 고궁 무료입장, 지하철 무료 탑승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비노인 시절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한동안 가 보고 싶었던 거리들을 걸어보았다. 원래는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서 잘 마시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한잔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검진 때마다 들어온 만성 위염이 생각났다. 커피는 위염에는 좋지 않다고 해서, 차라리 앞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결심을 내일부터 공식적으로 노인이 되는 나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커피를 끊기로 했다. 그동안 산책을 하면서 마신 매일 한 잔의 커피가 나에게 준 의미는 매우 컸다.

문득 오래전에 본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광고 문구가 생각이 난다. " 함께한 150년, 함께할 150년", 나의 삶에 그 광고문구를 적용해 보니, "함께 한 65년, 함께할 65년"이 되었다. 앞부분은 맞는데, 뒷부분은 그냥 단순한 소망의 표현이다. 오늘날은 100세 이상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저 헛된 희망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해 본다. 올해 104세인 김형석 교수는 <백 년을 살아보니> 저서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전한다. 필자는 비록 100세에는 훨씬 못 미치는 인생의 전환점을 돌고 있지만, 그래도 비노인 시절동안의 경험을 인생의 후배들에게 전할 필요를 느낀다.

우선 인생은 매우 빨리 흐른다는 점이다. 고민, 갈등이나 문제에 얽매여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일회적이다. 비눗방울을 훅 불어 보면, 잠시 커다란 물방울이 생기지만,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을 본다. 짧은 인생의 속성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아무리 애써도 탄생, 죽음, 영생, 신, 무조건적인 사랑 등 인생의 신비를 100%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의견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볼 수는 없지만, 너무 깊이 빠져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신, 나에게 어차피 주어진 귀중한 인생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낼지 설계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아 보인다.

세 번째로는 우리의 인생행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자신이 나아갈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소위 환경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이 빚어내는 그림자라는 사실이다. 나는 친구를, 애인을, 아내를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나에게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 따라서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나의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은 오직 나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늘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듯이 인생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위축된다. 언제나 움직이는 습관이 중요하다. 어떤 힘든 상황도 몸과 정신을 움직이는 한 우리를 붙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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