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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Sep 08. 2024

놓아버림(책 리뷰)

미국 정신과 의사, 작가, 영적 탐구자였던 데이비드 호킨스는 저서 <놓아버림, Letting Go>에서 사람이 겪는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실용적인 기술을 제시한다. 저자는 의식지도를 통해 사람의 의식 수준을 매우 낮은 단계에서 최고의 단계까지 0~1000 사이의 수치로 제시한 점으로 유명하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도 각자의 의식 수준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라고 본다. 마치 움켜쥐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이, 마음속에 오랜 세월 억눌린 감정 이면의 에너지를 인정하고 놓아버리는 전략이다. 만약 자신 속에 장기간 끓어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억제하지 말고 터뜨리지도 말고, 대신 올라오는 대로 인정하고, 주의를 돌려 감정이 스스로 사라지게 하는 기법이다. 정신과 의사였던 저자 자신이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다 깨달은 방법이며, 실제로 자신의 병들이 치유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들이 모여 프로그래밍된 신념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주로 불안감, 분노심, 죄책감, 수치심 등이며, 이들은 치명적인 조합으로 함께 작용하며, 인생의 모든 판단과 언행의 기준이 된다. 사람들은 몸속에 체화된 부정적인 감정과 신념체계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대신 억누르거나, 일부를 표출하거나, 도피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억눌린 감정에너지라는 내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 못하고, 자신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환경으로 돌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내면에서 억압된 감정 에너지가 더욱 부글부글 끓다가, 결국 정신과 육체에 병을 일으킨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감정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억누를수록 마치 압력밥솥처럼 에너지가 더욱 커진다고 한다. 따라서 분출하려는 에너지를 저항하지 말고, 밥솥뚜껑을 열어주듯이 정체된 에너지 놓아버리기를 매일 실천하라고 설명한다. 놓아버림은 부처가 말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detachment)과 예수가 말한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라는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한다. 옳고 그름과 감정적인 집착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질병을 유지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는 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아픈 감정을 해소하여 흘러 보내지 못하면, 매우 그릇되고 편향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체계가 형성된다.

특히 사람들은 병에 대한 부정확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저자는 오히려 그런 믿음이 병을 만든다고 본다. 예를 들어,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단것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고 당뇨병에 걸린다는 생각도 편향적인 신념이다. 특정 물질에 노출되면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암에 걸린다는 생각도 병을 일으키는 신념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에 품은 외부의 생각과 믿음이 오히려 병을 일으킨다는 입장이다. 흡연을 하면, 폐암이 걸린다고 믿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흡연을 하면서도 폐암 자체라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겐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놓아버리는 것도 중요하나, 그런 병에 대한 생각이나 믿음마저 놓아버려야 한다. 병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병을 만든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이 옳다고 느끼는 대로 작용한다. 저자도 여러 질병으로 단지 상추와 당근만 먹다가, 묵은 감정과 신념을 놓아버리는 과정에서 몸이 점차 회복하였고 모든 음식을 다시 먹었다고 한다.

사람의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신비하며, 마음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틀린 것도 마음이 옳다고 믿으면, 몸은 그런 믿음을 현실화시킨다고 한다. 저자 자신과 시력이 나쁜 사람이 놓아버림을 통해 단기간에 시력을 회복했다. "우리는 안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라고 말한다. 오래 억압했던 감정이나 신념에서 놓아버림을 통해 해방되려고 하면, 에고의 저항이 따른다. 에고는 우리 몸에 쌓인 부정적인 프로그램 전체를 말하며,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고집이다. 평화롭고 시간이 멈춘 무아지경을 맛보지 못하는 이유는 에고가 깨달음에 저항하기 때문이며, 이 순간을 통제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통제하려는 마음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놓아버림이란 분출하려는 감정에너지에 억누르는 식으로 저항하지 말고 항복하는 것이다. 감정과 감정에너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억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상태를 인정하면 놓아버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다만, 워낙 오랜 세월 억눌린 감정들이고 잘못된 신념체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놓아버림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생각과 기억은 결국 감정의 합리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문제가 되는 근본 감정을 놓아버리면 관련된 생각들과 기억들도 함께 사라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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