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부터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첫 만남부터 솔직할 수 있었던 이유

by 따뜻한 선인장



부처님처럼 인자하게 누워 손님들을 맞이하던 분


나처럼 질문을 많이 하던 그 아이의 첫인상은 누워 계신 부처님 같았다. 한 밤 중에 도착했던 숙소에선 정신없이 잠을 잤고, 그렇게 처음 맞이한 발리에서의 아침에 그 아이를 만났다. 기다란 소파가 세 개 놓여 있던 거실에서 이 아이는 무려 소파 한 개를 독차지하고선, 사진 속 돌부처님처럼 여유 있게 누워서는 한쪽 팔을 포개곤 다른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젯밤엔 겨우 숙소에 도착하고 거의 자정이 되었던 터라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소파에 앉아 가만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인자한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발리에서의 계획을 묻고 있는 이 남자아이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름대로 적은 예산이긴 했지만 가장 로컬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는 방법으로다가 되도록이면 현지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머물고자 했는데 실패했나 보다고. 필리핀에서도 너무나 익숙했던, 숙소 관리인은 현지 사람이지만 결국엔 돈 있는 서양 사람이 사장님인 그런 숙소였나 보다고. 저렇게 자기 집인 것 마냥 소파 세 개 중에 하나를 떡하니 차지하고 사람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 저 아이는 젊은 나이치고 발리가 너무 좋아서 돈을 조금 모아 현지에 작은 집 하나를 마련하고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현지 분이 역시나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로컬 사장님이셨고 이 아이는 나와 같은 여행자였다. 다만 이 아이는 나와는 정반대로 무척이나 평안해 보였다. 나는 논문에 찌들어 잠시나마 머릿속 생각을 멈추고 싶어 피신을 온 여행이었는데 이 아이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 나와는 무척 달라 기억에 남았다. 첫인상이었지만 어딜 가나 잘 살 것 같은, 무얼 하나 걱정할 것 없어 보이던 아이. 앉아 계신 것도 아닌 무려 누워 계신 부처님 같던 모습이 지금 내 남편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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