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쉽사리 사귀자는 말을 꺼낼 수 없던 이유

신중함의 다른말과 용기의 반대말

by 따뜻한 선인장





세상의 모든 여행이 그렇듯 나는 다시 필리핀으로, 그는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우리는 다시 학생의 자리로, 그리고 논문을 끝내야 하는 현실로 돌아갔다. 처음 만난 날부터 여행을 하던 일주일 동안 우리는 같은 숙소에 머물렀기에 매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젠 독일과 필리핀, 처음에는 미처 생각지못한 장거리의 장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그 장거리라는 거리와 시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나름 즐겁게 매일같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약간 해와 달이 된 느낌은 있었다. 누군가 한 명이 일어나면 다른 한 명은 잠이 들었고, 여기서 해가 뜨면 그쪽은 달이 뜨는, 누군가는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무언가를 끝내고 있는 그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하루의 시작과 끝을 누군가와 함께 끊임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꽤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것만 해도 이전과는 다른, 누군가가 내 삶에 들어왔다는 새로운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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