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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y 31. 2021

오랜 해외 생활의 가장 큰 두려움

친구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친구라고만 생각하고 그녀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나이에 대해 특별히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녀가 한참 어린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그 시간이 나에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려주기에 더 슬프지만, 나보다 어린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아직 서른도 안 되는 그녀인데, 아직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도 훨씬 많은 그녀인데, 그녀의 삶 속에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아버지가 살아계셨던 것 같아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


새삼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듯한 나와 부모님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대단한 일인지 싶었다. 엄마는 여든이 훌쩍 넘으신 할머니가 돌아가실까 걱정하셨지만, 생각해보면 엄마는 육십이 되는 시간 동안 엄마의 엄마와 이 세상을 함께 살 수 있었던 행운을 갖고 계셨다.


이제 서른의 중반을 넘어서는 나에게도 우리 엄마가 갖고 있는  행운을 그녀와 함께 나눌  있는 기회가 주어질까. 누군가와 영영 헤어지는 일은 언제나 비극같이 느껴지지만 해외에 사는 날들이 늘어가면서 한편으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어줄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인가도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떠나보내는 것도 너무나 힘겨운 일이지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인 내가 그분들 곁에, 제시간에 옆에 있어드리지 못할까 ,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드리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제일 앞선다.


결혼 후 해외로 이주를 하기 전, 엄마가 하시던 말이 마음에 계속 걸린다.


되도록이면 일년에 한번은 한국에 오려고 노력해봐. 그래도 이제는 많아봤자 20번 정도 밖에 더 되겠니.”


한번도 부담될까 무리해서 한국에 들어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던 엄마가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니, 그것도 콕 집어 많아봤자 20번 정도 밖에 안될거란 이야기를 하시는 순간 나의 예쁘기만 하던 엄마가 어느새 할머니라는 것이 와닿앟다. 정말 많아봤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스무번도 안될 것 같아 떠나는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친구의 아버님의 부고 소식을 들으며 친구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면서 또한 우리 부모님과 이만큼 오래 함께   있었음에 감사했다. 반대로 나는 친구처럼 부모님이 가장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순간에 바로 옆에 있어 드릴  있을까, 그러지 못하면 얼마나 죄송하고 슬플까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해외생활의 가장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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