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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Dec 04. 2021

If와 When의 차이

라라 랜드를 좋아하는 이유





가끔 핑크빛 하늘이 노을을 감싸 안은 하늘이 나타나면 나는 ‘라라랜드 노을이라고 소리를 친다. 오랜만에 거니는 항구의 불빛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하늘은 영화  풍경처럼 로맨틱한 컬러들로 하늘거렸다.


라라랜드를 봤던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그대로 나였지만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라라랜드 영화 초반에 나온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도 함께 사랑에 빠질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은 혼인관계서를 떼면  이름과 함께 나오는 사람이 생겼다는 .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었던 영화였던 만큼 매력 포인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넘치겠지만, 나에게는 딱 한마디의 단어였다.




출처: pinterest



When.

이 단어는 수십 번, 수백 번의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고 난 뒤 고향으로 내려간 배우 지망생 미아가 피아니스트 남자 친구인 세바스찬의 마지막 권유로 가까스로 이뤄낸 오디션 이후, 둘의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 나왔던 단어였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둘의 관계가 봄, 여름, 가을과 겨울 중 어느 즈음에 서있는지를 물으며, 미아가 배우가 된다면 그다음 그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단어로 가정을 시작한다.





한국어로는 ‘만약에 되면 (오디션에 붙는다면)’과 ‘(합격) 소식이 오면’이라는 뉘앙스의 차이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문장으로 번역이 되었지만, 외국의 한 영화관에서 영어로 처음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나의 마음은 뜨거워졌다.


여자 주인공인 미아는 혹시나, 정말 만약이라는 가정 아래 내가 합격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조건적인 뉘앙스에서 If, 만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남자 친구는 그녀가 사용한 If를 두 번이나 When으로 고쳐주었다.


그는 만약이 아니라 When을 사용해서, 네가 합격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고 그 일이 일어나면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대화를 이어간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 할수록 원하는 것과는 더 멀어지는 것 같아 흔들리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인데,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아 건넨 만약에라는 단어를 만약이 아니라 그럴 건데, 네가 될 건데라는 확신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는 그의 When이라는 단어에, 그가 얼마나 건강하게 미아를 사랑하고 또 서로의 꿈을 믿어주고 응원해줬는지 알 것 같아 마음이 뜨거워졌고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출처: pinterest



그렇게 서로의 꿈을 믿어주고 그런 꿈을 가진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연애와 꿈에 관한 현실적인 영화로 끝이 나버렸지만, 나는 그가 정정해 주었던, If가 아닌 When이라고 말해주던 그의 말을 통해 그가 얼마나 그녀의 꿈과 그녀를 사랑하고 믿어줬는지도 알게 해 준 영화였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기를, 그런 짝꿍이 생기길. 또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길, 그런 짝꿍이 되길.


가끔 꿈이 어둠에 가려 희미해지는 노을빛처럼 사라지는  같을 , When이라는 단어보다 If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고 있을 , 나는 가끔 라라랜드를 다시 틀어보곤 한다. 이번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이 아니라 진짜 일어날 일이라고,   있다고 소리쳐주는 세바스찬 같은 남자 친구가 어쩌면 영화가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라라랜드 영화 자체가 우리에게 If 아니라 When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게  흔하고 식상한 아메리칸드림이든 아니든, 세월이 흐를수록 꿈과는 조금씩  멀어지는  같은 그런 시기에 그럼에도 꿈에 대해 물어봐 주는 영화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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