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Feb 12. 2022

넌 쇼트트랙을 왜 좋아해?

올림픽 경기를 보는 자세의 온도차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고 나는 독일에서도 내가 보고 싶은 종목들의 중계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서는 중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어떤 경기들을 보고 싶은지 물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이 쇼트트랙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쇼트트랙은 당연히 보고, 스피드 스케이팅도 재밌고,

피겨 스케이팅도 재밌고, 컬링도 재밌는 것 같은데?"


그랬더니 남편이 또 물었다.


"진짜? 그 종목들을 정말 다 좋아하는 거야? 그 종목들을 하는 게 재밌어서 좋아하는 거야?"


순간, 음... 내가 정말 그 종목들을 좋아했던 건가? 싶었다. 내가 보고 싶다던 그 스포츠 종목들을 가만히 나열해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내가 그 스포츠 종목 자체를 좋아했던가? 실제로는 한 번도 해본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그런 경기들을 좋아하게 됐을까? 가만히 또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올림픽 종목들은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은, 그것도 우리나라가 잘하는 종목만 좋아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는 종목은, 심지어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적이 쇼트트랙만큼이나 두드러지지 않는 종목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독일에 와서 티비를 보면서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 평지에서 스키를 타며 사격까지 하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눈이 없는 동남아에 살 때는 동계올림픽이라는 것은 Frozen만큼이나 상상의 나라, 혹은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끼리 벌이는 스포츠 축제처럼 생각했던 것도 같았다. 나는 지금껏 보여지는대로 스포츠 종목들을 좋아했고, 남편이 집어낸 포인트를 듣고 나니 궁금해졌다.


‘그럼 난 정말 그 스포츠 종목들을 좋아한 것일까? 아님 그냥 우리나라가 잘하는 게 좋았던 걸까?’


실례로 지난 하계 올림픽도 그렇고 이번 동계올림픽도 그렇고, 독일이 금메달을 손에 넣은 그 순간에도 어느 집 한 채에서도 우뢰와 같이 쏟아져 나오는 환희의 함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전 03화 소금통을 사용하는 남편의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