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이 끓이는 라면
한국 드라마를 보던 남편이 갑자기 놀라서 물었다.
“라면 먹고 갈래가 저런 의미였단 말이야?”
순수하게 누군가 남편에게 라면 먹고 갈래라고 물으면 정말 라면만 먹고 갈 남편이 사실은 요즘 한국에선 다른 뜻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면 먹고 갈래 속에 라면 외의 깊은 밤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는지 갑자기 날계란처럼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라면 먹고 갈래?”
기가 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랑 결혼한 나한테는 굳이 라면을 안 먹여도 되는 일을 굳이 한국어로 구사해 내는 남편의 발음이 귀여워서. 나는 너랑 같이 사는 나에게 굳이 라면이 왜 필요하냐며 그냥 진짜 라면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더불어 장난기 심한 남편이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라면 먹자는 농담을 할까 주의를 단단히 시키며 우리는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만 먹기 싫어하는 나는 버섯과 계란과 파와 애호박을 꺼내 하나씩 다듬기 시작했고, 올려둔 물이 끓기 시작하자 남편에게 계란을 좀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가지런히 채를 썰어둔 야채들을 이제 라면과 함께 냄비에 넣으려고 돌아선 순간, 처음 본 냄비 안 풍경에 잠시 내 생각이 멈춰버렸다.
‘분명 라면 국물 속 계란인데 왜 이리 낯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