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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ug 11.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며 떠오르던 한 사람

삶의 희노애락

독일 넷플릭스에는 한국 드라마가 한참 늦게 올라온다. 독일어 번역까지 포함되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선 한참 인기가 식은 후 드라마들을 꺼내보게 된다. 이렇게 늦게 올라오는 드라마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다음주까지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만큼 정주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렇게 가장 최근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어쩌다보니 내가 좋아했거나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에는 남주혁 배우가 나왔다. 그 전 드라마는 모르지만 눈이 부시게에서 마음이 무척 아프게, 진하게, 영원하게 기억이 되어서 그 이후로도 눈이부시게의 이미지가 겹칠 정도로 좋은 기억으로 남은 배우였다. 그렇게 눈이부시게와 스타트업에 이어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연이어 보게 되니 뭔가 비슷한 양복을 다른 드라마에서 본 것도 같고, 이 짠한 감정이 이 전 드라마에서 느낀 것 같기도 했지만 여전히 극 중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그 부분만큼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가장 사랑스러운건 나희도라는 캐릭터였다. 남편이 본다면 한국 드라마의 억지스러운, 혹은 과장된 장면들을 뽑아낼 부분들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화까지 보며 어쩜 저리 사랑스럽고 예쁠까싶은 말이 절로 나왔다. 정말 만화주인공 같던 그녀. 이진이 힘들때 희도의 그 환함과 응원이 정말 저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힘든 일들을 하나씩 이겨낼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신기하게 나는 연애를 서른 넘어  케이스라서 이런 풋풋한 사랑에 대한 드라마를 보면 아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여고에 있었고, EBS 봤으니까. 그렇다고 대학때라고 특별히 다른 추억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20대에도  그랬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첫사랑에 대한 드라마들을 보면 풋풋한 스물이 아닌 그보다 한참이 지나도 풋풋했던 것 같은 서른 즈음에 지금 남편과 처음 만났던 순간, 데이트, 희노애락들이 떠올라 좋았다. 늦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이런 드라마를 볼때 과거에 지나간 사람이 아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떠올라  좋은  같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의 열여덟에는, 스물하나에는 백이진 혹은 나희도 같은 사람이 정말 없었나 떠올려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나에겐 이성친구가 아닌 동성친구,  친구가 떠올랐다. 한국 드라마는 언제나 사랑이 중심이 되었지만, 그 시절 나에게 첫사랑이나 이성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힘들때 항상 찾아가고,  힘들면 위로해주던 사람 자체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같았다.


나는 남들이 다 연애를 하던때에 연애를 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내가 힘들때마다 위로를 해주고 웃긴 말을 해주고 편지를 써주고 내게 처음으로 꽃을 선물해준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었다. 이런 드라마들을 볼 때,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사랑이 있었나?라는 질문이 떠오를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어릴때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소중하다는 것을 드라마를 보며 떠올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만에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여기 넷플릭스에 이제 올라와서 보는데 나는 그런 풋풋한 사랑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데 너만 생각이 나더라 ㅎㅎㅎ 나는 힘들때 너한테 힘을 받은 것 같아 그때 ㅎㅎㅎ 고마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미루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아서 생각이 나면 나는대로 바로 보내는 편인데, 시차 덕분에 친구가 오늘 일어나자마자 보게 된 카톡이 나의 고마워 메세지였다. 덕분에 친구는 일어나자마자 감동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문득, 뜬금없는 고마움의 메세지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친구도 나도 고마웠던 추억 덕분에 또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고 고맙게 보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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