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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ug 24. 2022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는 공부

새처럼 나는 법을 배우기

잎사귀가 떨어지니 여름도 끝나가는가 보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바삭 타서 말라 떨어져 버린 나뭇잎들을 보니 올해 얼마나 더웠고, 또 오랫동안 열기가 남았었는지 떠올려본다.


날이 더웠던 만큼 냉침한 차를 자주 마시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뜨거운 차를 끊지는 못했다. 시원한 차는 물처럼 갈증을 해소해줘서 좋았고, 뜨거운 차는 마시고 나면 시원해져서 좋았다. 더운 여름을 특별한 불평불만 없이 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류시화 시인의 책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을 꺼내 보다 한 구절에 눈길이 멈췄다.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


생각해보면 이십 대에는 무언가를 먼저 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이유가 동기를 만들었고, 분명한 동기부여 덕분에 힘든 일이 생겨도 쉽사리 포기하진 않았다. ​


그런데 삼십 대가 되고 난 뒤,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것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하고 싶었던 공부나 일을 원 없이 쫓았고, 결혼도 하고 나니 예전처럼 간절히 원하던 것이 가벼워진 느낌.


예전처럼 강렬한 이유는 없었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나는 삼십 대가 되고 나서부터 지금은 독일어와 코딩을 배우고, 틈틈이 중고등학교 수학 수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배우다 보면 삶의 어느 순간마다 배운 것들을 종종 사용하겠지만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알 수 없었다. 배우는 이유가 현실이다 보니 살기 위해 쓸 테고, 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겠지만, 삶과 생계라는 이유는 가장 강하면서도 약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내적 동기부여가 강하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매우 느리더라도 멈추지만 말자고 생각하며 이어가던 공부들 중에 이 글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법을 배워서 결국 어딘가로 날아가듯, 나도 삼십 대가 넘어 배우는 이 공부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배워보기로 했다.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새처럼 어딘가엔 닿아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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