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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Oct 02. 2022

지중해 아니고 대서양인 포르투갈

9월에도 물놀이할 줄 알았더니

포르투갈엔 언제 갈까 생각하다 9월 중순 즈음으로 생각했다. 9월은 바쁜 여름휴가 기간도 끝나고 무엇보다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일 것 같기 때문이었다.


방학기간이 보통 여름이고, 너무 더운 한 여름 한 템포 쉬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장 무더운 여름에 유럽에 오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사실 유럽에 살고 있는 내가 볼 때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독일은, 아니 적어도 베를린은 여름에 오면 좋은 도시 중 하나일 것 같긴 하다. 물론 가장 더울 때에 운이 나쁘게 걸려오면 오랜만에 에어컨도 없이 35도의 무더위를 온몸으로 겪어보는 경험을 하겠지만, 그 무더위도 보통 3일, 길어봐야 1주일도 가지 않아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곤 한다.


대신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의 서유럽 지역은 7, 8월은 정말이지 갈수록 여행하기 더워지는 것 같다. 몇 해 전, 필리핀에 살다가 아직 7월도 채 오지 않은 6월 말 경에 이탈리아의 남부도 아닌 중부에 있는 피렌체에 갔다가 필리핀보다 뜨거운 날씨에 놀라서 여행을 갔는지 더위에 쉬러 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나마 에어컨이 있는 숙소에서 푹 쉬었다 왔다.


적어도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영향을 해마다 받고 있기 때문에 여름의 온도가 꾸준히 올라가더라도 에어컨으로 그 더위를 잡으려고 하진 않는다. 에어컨이 없으니 에어컨을 새로 사고 설치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티브이에서 나오는 여기 사람들은 적어도 그러면 지구의 온도가 더 높아져 기후변화의 악순환에 빠지니 차라리 더 쉬어가고 천천히 가고 옷을 가볍게 입고 나무 쉼터를 더 많이 만들어 뜨거운 여름에 대응하고자 한다.


그래서 더우면 에어컨을 틀면 되지라는 습관이 적응된 한국 사람들에겐 유럽의 선풍기, 찬물, 나무 그늘 여름 문화가 여름의 유럽을 여행할 때 큰 어려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제아무리 더웠고 태웠던 여름이었더라도 신기하게 9월 정도가 되면 시곗바늘이 흘러가는 방향대로 움직여가듯 선선한 가을로 옮겨간다.


문제는 가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건너뛰어버리는 것처럼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그래서 날이 따뜻한 가을에 가고 싶은데, 그 여행하기 딱 좋은 가을 날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모든 맛있는 부분들은 아주 작은, 소량의 특정 부위에서만 나오는 것처럼 9월의 유럽도 또 어디에 가는지, 몇째주에 가는지 등등에 따라 내가 기대한 날씨나 분위기와 비슷하거나 혹은 사뭇 다르게 마주할 수도 있었는데, 이번 포르투갈 여행은 9월의 중순으로 마음먹었다.


내가 기대했던 포르투갈의 9월 날씨는 너무 덥지도 않지만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기엔 너무 춥지도 않은 날씨였다. 독일에서 바다 없이 어언 1년을 보내고 나니 바다에서 물놀이도 하고 원 없이 해산물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9월 중순의 포르투갈 바다는 추웠다.


단순히 추웠다라고만 하기엔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왜냐하면 햇살은 여름 못지않게 뜨거워서 당장이라도 해변으로 뛰어 들어가면 바닷물 속에 퐁당 빠져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그렇게 뛰어가고 싶은 바다 근처에만 가도 갑자기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이 얼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뜨거운데 차가울 수 있는지. 사람들은 그 이유가 포르투갈의 바다는 지중해 바다가 아니라 대서양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 넓고 깊은, 바다들의 바다인 대양. 지도를 살펴보니 어쩌면 지중해가 대서양의 한 만(bay) 정도로 남겨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중‘만’이 아닌 지중‘해’로 만들어준 건 지브롤터라는 깔때기 모양의 해협 덕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포르투갈과 국경선을 맞대고 바로 옆에 위치한 스페인이지만 스페인 바다는 지브롤터 해협 안 쪽의 따뜻한 지중해에 위치해있다면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마주한 국경 외의 모든 국경을 그 거대한 대서양과 맞대고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9월 중순의 포르투갈 바다는 수영하기 벌써 추워진 것 같았다. 서핑을 배우거나 수영을 하고픈 여행객들이라면 늦어도 9월 초에는 포르투갈에 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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