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설레는 손크기 차이라던데

신비로운 인체

by 따뜻한 선인장
설레는 손크기 차이인 줄 알았더니…



내 손은 큰 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편도 아닌데, 남편의 손은 내가 이제껏 본 사람들 중에 제일 크다. 키가 큰 만큼 손가락도 긴 건가 싶지만 그럼에도 거의 손가락 마디 하나가 더 큰 남편의 손을 보면 결혼한 지 5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낯설다.


매일 같이 잡을 수 있는 손인데도 이렇게 손을 맞잡고 놓고 보면 마치 처음 잡아본 손처럼 낯선 손크기 차이인데, 문득 5년 만에 그동안 놓고 있던 인류학 그리고 진화생물학 책들을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이 생겼다.


남편 손은 이렇게 크면서 왜 얼굴은 이렇게 작은가?


남편은 키도 크고 그 큰 키를 지탱할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 마냥 큰 발에 큰 손을 다 가지고 있는데, 반대로 얼굴은 내가 며칠을 굶는다 해도 가질 수 없는 작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나는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손과 발도 크다고 할 수 없는 반면에 얼굴만큼은 달덩이었다. 스물 다섯 정도가 지나고 젖살이 빠지고 나서부터는 그나마 몸과 얼굴의 균형이 어느 정도 어울려진 것 같은데, 갑자기 남편이 나타나고 나니 상대적 달덩이가 된 것 같았다.


마디 하나가 긴 남편의 손가락을 보다가 반대로 턱살 하나가 사라진 것 같이 작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다 물었다.


“아니, 손은 이렇게 크면서 왜 얼굴은 그렇게 작은 거야? 불공평하잖아!”


그랬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큰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남편이 말했다.


“서로의 얼굴에 딱 맞으려고! “


……….?????

!!!!!!!!!!!!!!!!!


“이 &!? XX&%!!!!!!!!!!!”


설마 싶어 내 손을 남편 두 볼 옆에 붙여보는데… 딱 들어맞았다. 제길…

남편에게는 예쁜 한국말만 해주고 싶은데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편은 덧붙였다.


“거봐 맞지? 딱 맞잖아. 서로의 손이 서로의 얼굴 크기랑. 이건 팩트라고 팩트, 사실”


‘저 입을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작은 얼굴에 딱맞는 내 손으로 손바닥이든 주먹이든 무언가를 만들어 속도감 있게 만져줄 뻔했다.


내가 아무리 심한말을 한다고 해도 한국어를 잘 모르는 남편에겐 별 의미가 없겠지만, 남편의 한국말은 거의 나에게서 배운 말이라 왠만하면 나쁜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난이도가 거의 짱구엄마 수준이다. 요즘은 진지하게 말장난이라면 남편이 짱구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남들은 설레는 차이의 손이라고 하던데, 설레이기는 커녕 이제는 폭소와 앵그리버드만이 떠오를 것 같다. >ㅇ< ㅠㅜ

그래, 팩트라는데. 인체는 참 신비로운 것인가보다.



팩트라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지 뭐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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